반기문의 북한 방문, 너무 늦었다? 그가 염려했던 것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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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 9년차에 단행한 북한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때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신중하고 정치적 고려를 너무 많이 하는 반 총장 특유의 성격이 많이 작용한 탓”이라고 말한다.

그는 2006년 사무총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여러 차례 방북 의지를 밝히면서 그 때마다 ‘적절한 시기와 여건 아래’라는 단서를 붙였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개성공단이 잘 돼야 된다는 넓은 공감대가 있지 않나. 개성공단 방문을 남북대화나 한반도 주변 상황과 곧바로 연계할 필요가 없지 않나. ‘큰 방문’보다는 문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큰 방문’이란 평양을 정식으로 찾아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많은 호의와 관심을 보여 왔기 때문에 반 총장의 방북 성사는 본인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 총장의 정무파트 측근들이 2010년과 2011년 잇달아 방북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북한은 또 ‘유엔 회원국’의 자격으로 반 총장에 대한 초청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하기도 했다. 반 총장이 19일 “유엔은 북한의 유엔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반 총장이 ‘유엔의 수장이 회원국을 방문한다’는 명분으로 언제든 방북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 총장은 그동안 자신의 방북이 미국과 한국 당국의 대북 정책이나 전략에 부담을 주거나 북한의 대외선전에 악용되는 것을 염려해왔다.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될수록 ‘반기문의 유엔’에 더욱 매달리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2012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때문에 뉴욕 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유엔에 호소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반 총장 측이 유엔신용조합(UNFCU)를 통한 계좌 개설을 중재해준 덕분이었다. 지난해 9월 반 총장을 면담한 이수용 북한 외무상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대화할 의향이 충분히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유엔 내부에선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이슈야말로 반 총장과 유엔이 북한과 국제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북한이 인권과 인도적 지원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면 반 총장의 ‘큰 방문’(평양 방문)도 성사될 가능성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출신의 한 유엔 출입기자는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은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몇 단계는 올려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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