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 실전배치땐 킬체인 무용지물… 수중방어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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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잠수함탄도미사일 수중발사]북한 ‘육해공 核 3종세트’ 구축 눈앞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포함한 ‘다종화(多種化)’된 핵 투발능력을 갖추는 데 ‘다걸기(올인)’하는 것은 핵보유국 인정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군 고위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핵 탑재 SLBM까지 실전 배치하면 이스라엘이나 인도,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동 방향 예측이 어려운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다면 우리 군의 방어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속도 내는 북한의 다양한 핵개발”

군 당국은 북한의 SLBM이 정식 비행 테스트가 아닌 ‘사출시험’을 했고, 북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개발 완성까지는 4,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소평가는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SLBM 개발 속도가 눈에 띄게 진척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옛 소련의 골프급 디젤 잠수함을 도입한 뒤 역설계를 거쳐 지난해 신형 잠수함(2500t·추정)을 건조한 데 이어 그 선체 상단에 수직발사관을 장착해 SLBM의 지상 및 수상 사출시험을 여러 차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함남 신포 조선소에 정박된 수직발사관을 장착한 북 신형 잠수함의 모습이 미국 위성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이번 SLBM 시험발사를 통해 수직발사관의 개발 능력을 공식 입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잠수함에 수직발사관을 탑재하고, 탄도미사일을 수중 사출하는 수준까지 ‘일사천리’로 끝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안에 북한이 SLBM의 로켓 추진장치를 가동해 수백 km까지 날려 보내는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SLBM 개발 완료 시기가 크게 앞당겨져 1, 2년 내 실전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북의 SLBM 사출시험을 계기로 북한의 잠수함 수직발사관 기술 수준이 한국군보다 10년 이상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군은 2020년대 중후반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3000t급 잠수함 6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 “기존 북핵 방어대책 전면 재검토해야”

군 관계자는 “SLBM의 은밀성과 치밀성을 감안할 때 실전 배치된 기존의 북핵 방어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은 정찰위성이나 레이더로 사전에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의 SLBM은 한국이 2020년대 초·중반을 목표로 추진 중인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킬 체인의 주요 표적은 지상의 북한군 이동식발사차량(TEL)이어서 SLBM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북핵 방어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한반도 영해를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북한 잠수함을 전방위로 탐지할 수 있는 감시체계 구축이 군의 향후 대응 과제로 꼽힌다. 동해와 서해, 남해에 이지스 구축함을 상시 배치해 SLBM 위협에 대비하는 한편 수중음파탐지기(소나) 성능이 뛰어난 해상초계기의 증강 배치와 3000t급 잠수함의 조기 도입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마땅한 대응전략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군 당국이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하다 포기한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달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으로 우라늄을 핵무기 전용 가능성이 없는 20%까지 농축할 수 있게 되면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많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자로 소형화와 소음 제거 등 기술적 한계가 크고, 핵 비확산을 고수하는 미국 등 주변국의 반대로 실제 건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대화 기류가 조성되는 한편으로 북한이 대남 위협을 강화하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0일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한국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비해 서·중부 전선지역에 풍향계와 대공 무기인 고사총을 추가로 배치했다. 북한은 사이버전 병력도 6800여 명으로 늘린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 국군사이버사령부가 북한 사이버전 인력 규모라고 밝힌 5900여 명보다 900여 명 늘어난 수치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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