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20만원 지원받은 학폭특위, 기관보고 한번 받고 “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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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특위 남발하는 국회]

#1 2012년 7월 9일 구성된 학교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같은 해 9월 26일, 약 80일 만에 관련 기관들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다. 위원장과 간사를 뽑은 1차 회의를 제외하면 첫 회의이자 마지막 회의가 됐다. 결국 특위는 12월 31일까지 문만 열어 놓은 채 활동을 멈췄다.

#2 2012년 구성돼 올해 6월 말까지 활동하는 평창겨울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특위는 2년 6개월을 활동한 19대 국회 최장수 특위다. 국회 사무처에서 지원받은 활동비는 공식적으로 6540여만 원. 이와 별도로 위원장에게 매달 600만 원씩 활동비를 지급했으니 특위 운영비는 현재까지 1억7400여만 원이 지출된 셈이다. 하지만 이 특위가 연 전체회의 횟수는 월평균 0.7회에 그쳤다.

#3 2014년 2월 6일 구성된 창조경제활성화특위의 활동기한은 다섯 달이었지만 그해 6월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로 6개월을 연장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열린 전체회의는 12월 5일 단 한 차례였다. 여야는 그해 말 특위의 활동기간을 또다시 6개월 늘렸다. 특위는 추가된 활동기간의 절반이 지난 이달 19일에야 올해 첫 회의를 열었다.

○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활동기간

19대 국회가 구성된 뒤 2년 10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국회 특별위원회들의 활동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특위 활동기간은 통상 6개월 이내다. 활동기간을 연장하려면 국회 운영위원회에 중간성과보고서를 제출해 검토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자료는 ‘내부 자료’라는 이유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연장의 이유가 공개 검증되지 않는 셈. 새누리당의 한 4선 의원은 “현재 중간보고서 검증 절차는 다분히 형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14년 2월 구성된 지방자치발전특위의 경우 활동기간 연장을 놓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지난해 말 “회의가 열리면 여야 간 정치싸움만 벌인다”며 연장에 반대했다. 결국 여야 지도부의 합의로 활동기간이 연장되자 황 의원은 지난달 간사와 특위 위원직까지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특위는 올해 단 한 번도 전체회의를 열지 않아 황 의원의 간사 사퇴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 목표·의지·전문성 없는 3무(無) 특위

활동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특위에 들어가는 예산도 불어난다. 해외나 국내 현장 시찰 활동이 많았던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해외자원외교 국조특위,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특위는 지원 경비가 1억 원을 훌쩍 넘기도 했다.

문제는 뚜렷한 성과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세월호 국조특위는 증인협상 난항으로 결국 청문회조차 열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드는 돈은 월 1000만 원에 가까운데 성과는 대학교 동아리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은 활동성과 부실의 가장 큰 이유로 ‘특위의 목표 상실’을 꼽는다. 한 여당 초선의원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특위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일부 특위는 구성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백화점식’”이라고 지적했다.

의지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특위 위원장을 지낸 한 여당 4선 의원은 “소관 상임위에서 관련 사안의 대책이 다 나온 뒤에야 뒤늦게 특위가 구성돼 남은 할 일이 없었다”며 “자연히 특위 위원들의 의욕도 떨어져 현장간담회를 소집해도 방송 카메라가 없으면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특위는 상임위보다 더 전문가들로 채워야 하는데 특위 위원장을 여야가 돌아가면서 맡는 자리 정도로 생각하니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인선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 자체 구조조정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개혁 실패

‘유명무실’한 특위에 대한 사회적 지적이 끊이지 않자 국회 차원에서도 쇄신 노력이 수차례 있었다. 여야는 지난해 4월 3개월간 활동 실적이 없는 특위를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도록 하고 활동이 끝나면 결과보고서를 공개하게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활동비 지급 제한에 관련된 부분은 법안 심사과정에서 모두 제외됐다. 활동비의 사용 내용을 모두 공개하면 정상적인 특위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법이 시행된 지난해 5월 이후 구성된 일부 특위들은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 등 특위 유지를 위한 형식적인 회의만 열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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