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적용 대상 확대돼 당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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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국회 통과]
“공무원 대상으로 만든 법인데…” 통과 하루전 지인들에 우려 표명

“당초 공무원을 적용 대상으로 했는데 적용 범위가 크게 확장돼 당혹스럽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3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원안을 만들었던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은 법 통과 하루 전인 2일 적용 대상이 원래보다 확대된 것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일 지인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까지를 대상으로 하려던 것인데 범위가 이렇게 확장됐다”며 “(수정된 법안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란법이 국회 정무위와 법사위를 거치며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등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 부분에 대해 원래의 취지를 벗어났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3일 적용 대상에서 공직자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로 한정해 통과됐지만,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은 그대로 포함됐다. 더욱이 배우자가 돈을 받았을 때 공직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한 조항은 김 전 위원장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 법의 취지와 관련해 “우리 사회 공공심(公共心·공공의 행복과 이익을 위하는 마음)과 신뢰 회복 방안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향한 신뢰가 없고, 대책들은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져 결국 미봉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면서 공적 영역에 대한 불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심에 대한 신뢰는 생래적으로는 가질 수가 없고 사회 전반을 업그레이드시켜야 가능하다”며 “당초 김영란법은 굉장히 정교하게 만든 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3일 김 전 위원장은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국회를 최종 통과한 법에 불만이 있지만, 지금 이를 털어놓으면 법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고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내자 김 전 위원장은 “권익위원회와 협의가 필요해 보여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 조만간 뵙겠다”라는 짤막한 답신을 보내왔다. 김 전 위원장의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는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접촉을 피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내일(4일)은 일정이 있어 해외로 출국한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김영란#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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