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민정수석실이 조작”… 조응천 “믿을만한 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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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누구 말이 맞나]‘비선실세’ 의혹 정윤회씨

‘비선 실세’ 의혹을 사고 있는 정윤회 씨(59)는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에서 문제의 핵심을 모르고 자꾸 기사를 쓴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가 지적한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자신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담은 문건의 유출과 보도 과정에 깔린 ‘특정 세력의 의도’에 있었다. 다음은 정 씨와의 문답.

―대선 이후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3인방’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4월 이 비서관에게 연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고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조사를 했다는 내용의) 시사주간지 보도 이후 언론에선 난리를 치는데, 나한테 경위를 얘기해 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박 회장과 (문건을 작성한) 박모 경정을 만나면서 혼자 쫓아다녔다. 박 회장을 찾아가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습니까’라고 여쭤보니 ‘그러면 이틀 후에 증거서류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서 조응천 전 비서관을 만나려고 노력했다. 당시 이 비서관에게 연락한 게 아니라 조 전 비서관을 만나게 해 달라고 사정을 한 번 한 것이다. 그것 외엔 그전에도 (연락한 적이) 없었고 이후에도 없다.”

―조 전 비서관을 굳이 만날 이유가 있었나.

“그때부터 민정(수석실)이 개입돼 있었다. 미행했던 사람이 쓴 경위서가 있다는 건 조작이다. 나는 절대 미행한 사실이 없다. 민정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는데 나한테 왜 이러는지 궁금했다. 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사실이 아닌데 뭔가를 몰아간다는 걸 느낄 수 있지 않겠나. 결국 조 전 비서관을 못 만나고 박 회장에게는 법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

―조 전 비서관도 ‘미행사건’ 보도는 오보라고 하던데….


“하하하… 아니 그렇게까지 해놓고. 이것(문건 내용)도 (나중엔) 아마 그렇다고 하지 않겠나.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이 문건 내용은 6할(60%)이 맞다고 했으니 그건 정리하고 가야지. 나는 그렇게 두 번째 조작에 당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이 왜 이런 문건을 작성했을까. 문건이 유출, 보도되면서 그가 정권에 반기를 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핵심은 그것이다. 거기에 나를 옭아 넣은 것이고…. (‘정권이 인사 등에서 요구사항을 잘 안 챙겨줘서 그렇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내가 그것을 알아보려고 그렇게 만나려고 했던 거다. 조 전 비서관이 자기들이 한 것을 감추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자신이 있었으면 나를 만났어야지.”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만난 역술인 이모 씨(57)가 당신과 청와대를 언급하면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그렇게 했다면 그분이 정말 잘못한 것이겠지만…. 그분도 내가 (정권에) 관여 안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분이 나를 안 건 10여 년이 됐을지 모르지만 내가 그분을 안 건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당신도 이권에 개입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나를 사칭한 사람 사건 때문에 증인으로 채택돼 법원에 가야 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힘들게 사는 사람이다.”

조응천 前공직기강비서관 ▼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2일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가 동아일보 인터뷰를 통해 “(유출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나를 옭아 넣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직접 대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동향’ 문건의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우회적이지만 정 씨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한 박모 전 행정관(현 경찰 경정)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문건 내용을) 들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찌라시’(사설 정보지)를 짜깁기한 수준이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세계일보에서 이 문건을 보도한 지난달 28일에도 본보 기자에게 “찌라시를 베껴서 보고서라고 올릴 수 있겠느냐. 찌라시를 보고 베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문건에 나온 구체적인 내용을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은 “당시 (제보한) 사람의 이름을 들었지만 지금은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정식 멤버라기보다 옵서버(참관인)로 참석한 사람이 아닌가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정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보좌그룹 간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에 상당한 무게를 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 씨가 자신과 통화가 되지 않자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연락한 사실도 공개했다. 이 비서관은 7월 국회 운영위에서 “2003년인가, 2004년 정 씨를 마지막으로 만났다”고 말했지만 최근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미다.

조 전 비서관은 “4월 10, 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며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란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회신을 하지 않자 “4월 11일 퇴근길에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 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정 씨가 내 공용 휴대전화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 비서관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자기 전화를 받아 달라는 말을 조 전 비서관에게 전달해 달라는 내용의 통화를 (정 씨와) 한 것은 맞지만 만난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당시 정 씨는 자신이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가 나간 때여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려 했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준비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사람들은 고난이 많습니다. 항상 어려움도 있고 고민도 하고 그래서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이 끝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비선 논란’의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답답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정윤회 문건#조응천#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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