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특별대표 아예 없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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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보가 6자회담 수석대표 겸해… 부차관보 성김 겸직땐 격에 안맞아
북핵협상 공전에 폐지설 나돌아

북한 핵 문제 해결 동력을 상실한 미국 외교의 현주소가 반영된 걸까. 미국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대북정책특별대표 자리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 외교당국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사진)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자리에 내정되고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을 것이라고 알려진 게 발단이 됐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역할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맡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특별대표는 차관보급이지만 국무장관에게 독립적으로 보고할 정도로 비중 있는 자리다. 따라서 김 대사가 부차관보의 위치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역할을 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맡으면 여러모로 복잡해진다. 대니얼 러셀 동아태 차관보의 지휘를 받는 부차관보가 북핵 협상에 나설 땐 차관보급 모자를 써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

한국 외교당국에서도 미 국무부가 대북정책특별대표직을 폐지하고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는 김 대사에게 6자회담 수석대표 역할만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특별대표직이 폐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009년 2월 스티븐 보즈워스 씨가 임명되면서 신설됐다. 그 이전에는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는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맡았다. 북핵 협상이 활발하던 당시 힐 차관보가 북핵 협상에 매달리자 동아태 지역국의 다른 업무는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직책이 바로 북핵 협상만 전담하는 대북정책특별대표였다.

문제는 북핵 협상이 공전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일도 없는데 자리만 둘 수가 없어진 것. 그렇다 보니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가 실제로는 부차관보이지만 회담 때만 차관보급 모자로 ‘위장’하는 것을 다른 나라가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른 관계자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차관급이 맡는 중국 러시아가 미국 대표를 카운터파트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복잡한 파장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북핵 해결 의지 약화를 시사하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북정책특별대표#차관보#성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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