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안보-외교 사이 ‘MD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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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한미군에 고고도(高高度)미사일방어(THAAD)체계의 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에 대해 국방부의 반응은 애매모호했다. 한 관계자는 29일 “한미 군 당국 간 협의하거나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주한미군에 THAAD가 배치되면 대북 미사일 방어태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AAD의 군사적 효용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은 28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 연설에서 “미국 본토를 잠재적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세계 어느 곳에라도 미국 미사일방어(MD)를 긴급하게 추가 배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괌에 배치한 MD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곳에도 추가 배치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윈펠드 차장은 추가 배치 검토 장소를 한국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가 MD 시스템의 핵심인 THAAD의 한국 배치를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직후 나온 발언이다.

THAAD는 북한의 스커드(단거리)와 노동(준중거리) 미사일을 지상 40∼150km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현재 보유한 패트리엇(PAC-3) 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최대 30km에 불과하다. PAC-3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THAAD는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한 북한 미사일 공격을 더 빨리 포착해 제거할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THAAD 1개 포대를 괌에 긴급 배치한 바 있다. THAAD 1개 포대는 6기의 미사일 발사대와 48발의 미사일로 구성된다.

군 일각에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구축될 2020년대 초까지 북한 핵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한국도 THAAD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THAAD의 한국 배치는 MD 체계의 편입 수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THAAD는 SM-3 미사일,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과 함께 미국 MD 체계의 핵심 요격무기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군의 THAAD의 도입 검토설이 제기되자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검토한 바도 없고 고려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29일 “한중관계 훼손”을 거론하며 미국의 한국 ‘THAAD’ 배치를 강한 톤으로 반대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지역의 가장 큰 경제체(중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MD 네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논평 기사를 실었다. 통신은 “서울이 미국의 요구에 화답해 마차에 올라타기로 결정하면 한국과 지역 전체에 불행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의 MD 능력 강화와 한미일 MD 협력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면서 한국의 딜레마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주한미군#국방부#고고도미사일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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