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무인기에 서울하늘 뚫린 심각한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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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다시 대결모드로]
軍 “北정찰기 백령도 추락” 잠정 결론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위)와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아래)의 모습. 두 항공기 모두 소형카메라와 비행제어장치, 낙하산 착륙장치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는 군용정찰기의 주요 특징이다. KBS 화면 캡쳐·국방부 제공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위)와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아래)의 모습. 두 항공기 모두 소형카메라와 비행제어장치, 낙하산 착륙장치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는 군용정찰기의 주요 특징이다. KBS 화면 캡쳐·국방부 제공
지난달 31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추락한 무인항공기가 북한군의 군용정찰기인 것으로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정보원과 기무사 등 군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 이 비행체에 탑재된 소형카메라에서 북한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포격 도발 전후 백령도 일대의 해병대 전력 동향과 주요 부대 등 군사보안시설을 다수 촬영한 사진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비행체는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와 형태와 성능이 매우 흡사해 두 기체 모두 북한에서 대남정찰 목적으로 띄웠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두 비행체 모두 북한군의 소행으로 잠정결론을 내리고 조만간 합심 결과를 공식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한 정보전문가 김남부 예비역 해군대령은 “서울의 방공망이 뚫린 심각한 사건”이라며 “무인항공기에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공격할 경우 그 원인도 모른 채 꼼짝없이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공 감시를 육안(肉眼)에서 기계로 전환하면서 생겨난 구멍”이라며 “방공망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무인항공기에 서울의 방공망 뚫린 심각한 사건


1일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는 V자형 꼬리날개를 가진 프로펠러형 항공기 모양으로 소형카메라를 탑재했고 일본제 엔진과 중국제 부품으로 제작됐다. 비행 뒤 이륙 장소로 자동 복귀하는 비행제어장치와 낙하산 착륙장치도 갖추고 있다. 이 두 장치는 군용정찰기의 대표적 특징이다. 통상 군용정찰기는 발사대에서 하늘로 쏘아 올려진 뒤 미리 입력된 지점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쳐 착륙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기체 전체를 하늘색으로 도색한 부분도 주목된다.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항공기도 가오리 모양으로 하늘색에 흰색 구름무늬를 덧칠해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게 제작됐다. 이 항공기에는 청와대와 경복궁 등을 촬영한 소형카메라가 탑재돼 있었다.

발견한 시간이 북한의 NLL 해상포격 도발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4시경이라는 점도 주목받았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해상사격을 전후해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아군 주요 시설과 부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하기 위해 띄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北정찰기 추정 무인기 백령도 추락… 軍시설-동향 샅샅이 찍혀지난달 31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포격이 끝난 직후인 오후 4시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추락한 정체불명의 무인항공기. 군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 이 항공기의 소형카메라에는 북한군의 도발 전후 백령도 일대 해병대 전력 동향과 주요 부대 등 군사보안시설을 촬영한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의 카메라에는 청와대와 경복궁 등이 찍혀 있었다. 군 당국은 두 항공기 모두 북한군이 띄운 군용정찰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제공
北정찰기 추정 무인기 백령도 추락… 軍시설-동향 샅샅이 찍혀
지난달 31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포격이 끝난 직후인 오후 4시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추락한 정체불명의 무인항공기. 군 정보당국의 조사 결과 이 항공기의 소형카메라에는 북한군의 도발 전후 백령도 일대 해병대 전력 동향과 주요 부대 등 군사보안시설을 촬영한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야산에 추락한 무인항공기의 카메라에는 청와대와 경복궁 등이 찍혀 있었다. 군 당국은 두 항공기 모두 북한군이 띄운 군용정찰기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제공

○ 소형 무인항공기의 가공할 만한 위력들

무인항공기는 초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백령도 등 서해 5도와 NLL 인근에 배치된 아군 함정의 배치 규모와 무장상태 및 포병 전력 동향을 손금 보듯 파악할 수 있다. 유인정찰기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레이더로도 포착하기가 힘들다.

북한은 1990년대 초 중국 무인항공기 ‘D-4’를 개조한 ‘방현-I, II’라는 무인항공기를 최전방 부대에 배치해 운용 중이다. 이 무인기는 길이 3.23m, 고도 3km, 최대 시속 162km, 작전 반경 최대 60km다. 유사시 20∼25kg의 폭약을 장착해 공격할 수도 있고, 낙하산을 펼쳐 착륙한다. 또 1990년대 말 중동국가에서 도입한 군단급 제트추진 전술 정찰용 무인기(VR-3 레이)와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사단급 정찰기(프체라)도 운용 중이다.

북한은 2010년 시리아에서 미국산 고속표적기인 ‘스트리커’를 여러 대 도입해 저공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나 순항미사일 공격용 무인타격기로 개조해 배치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 항공기는 소형폭탄을 싣고 최대 250km 떨어진 표적을 향해 자폭공격을 할 수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무인항공기#정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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