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엔 여당도 불만… 정책 조율사 안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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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한 참모 & 못 한 참모/靑 실장-수석 평가]

○ 정무분야 참모들

유민봉 대통령국정기획수석, 박준우 정무수석. 이정현 홍보수석은 매일 오전 청와대에서 홍보회의를 열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여론을 바탕으로 그날의 정무·홍보 기조를 정한다. 홍경식 민정수석은 현안과 관련한 다양한 민심을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직보한다.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 같지만 청와대 내 정무 업무를 책임지는 4인방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유 수석은 바로 옆방인 김 실장의 집무실을 수시로 찾는다. 김 실장의 보좌 역할은 물론이고 현안에 대처하는 종합상황실 역할, 중·장기적 국정기획이 모두 그의 몫이다.

유 수석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학자 출신답게 언론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이를 두고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평가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잘 보좌한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지만 “기획 마인드도, 존재감도 없다”는 혹평(酷評)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깜짝 스타’로 화제를 모은 유 수석은 취임 1년이 지나는 동안 “국정 코디네이터다운 넓은 시각과 정책 조정 능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자들의 부정적 평가가 늘어났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국정을 파악하면서 자신감이 붙고 의사결정도 빨라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유 수석은 ‘잘한 참모’ ‘못한 참모’에서 모두 6위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 최대의 ‘인사실험’으로 꼽혔던 박준우 정무수석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3표로 대상자 중 가장 많았다. 많은 평가자는 ‘여의도’ 경험이 없는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의 8개월 활동을 두고 “본인의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박 수석은 “의회정치는 여야가 합의로 해결해야지 청와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는 소신을 편다. 이에 따라 4대 악(惡) 척결과 같은 치안 업무, 정부 3.0과 지방자치와 같은 안전행정부 관련 업무 등 정무수석의 비(非) 국회 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정치권의 불통 논란이 박 수석에 대한 평가에 투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34표로 2위였다. 청와대 수석 중 유일한 가신(家臣) 출신인 만큼 온 몸을 던지는 충성심이 높게 평가받았다.

오랜 당료 생활로 다져진 타고난 정무감각과 친화력으로 열정적으로 홍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오직 대통령만 바라본다는 비판과 함께 때때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 청와대의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 수석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새로 임명된 이후에는 일절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는 등 대외적으로 낮은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대신 대통령이 강조하는 정책 홍보와 홍보 기획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홍경식 민정수석의 업무는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고위직 인사 검증, 고위 관료와 청와대 내부 기강 관리, 민심 여론 수렴 등 광범위하다.

홍 수석은 잘했다는 평가 14표, 잘 못했다는 평가 18표로 엇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나는 동안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가 크게 터지지 않은 점이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민정수석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정권 초에 비해 검찰의 기강도 많이 잡혔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민정수석의 민심 전달 부분에 있어 취약하다는 지적도 꽤 있었다. 국정원의 증거 조작 사건과 같은 현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홍 수석이 업무적으로 내부 보안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는 데 대해 “지나친 비밀주의로 청와대 내부와 외부 모두 소통을 잘 안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 정책분야 참모들

매주 월요일 청와대 본관 2층 집현실에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 회의 앞부분에 먼저 발언하는 정무파트 수석 때는 별말 없던 박근혜 대통령은 정책파트 수석들의 보고 때는 예외 없이 세세한 코멘트를 한다. 때론 수석들 사이의 활발한 토론도 독려한다. 대통령과의 대면 횟수도 정책파트 수석이 정무파트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정책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높은 관심이 정책 분야 수석들에 대한 좋은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유일하게 잘한 참모(5위), 잘못한 참모(2위) 두 분야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경제 현안이 많았던 탓에 많은 평가자의 관심이 높았고, 업무 실적에 대해서도 엇갈린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규제 개혁과 경제활성화 드라이브, 조세정의 실현 부분에 대해서는 조 수석의 역할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세제 개편안 발표, 개인정보 유출, 월세 정책안 발표 때 보여준 경제팀의 오락가락 행보와 관련해서는 그 역할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허약한 부총리를 잘 보충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기획재정부와 조율이 잘 안 되는 것 같다”는 부정적 평가가 좀 더 많았다.

‘모호한’ 창조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직결됐다. 결국 긍정적 평가(15표)보다 부정적 평가(27표)가 더 많았다. “구체적인 아이템을 발굴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는 “창조경제에 대한 성과도 전략도 없다”는 부정적 답변을 능가하지 못했다.

모철민 교육문화수석과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은 각각 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23표, 24표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각 12표, 10표)보다 많았다.

정통 문화부 관료 출신인 모 수석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았다. 반면 역사 교과서 논쟁과 관련해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었는데도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통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인 최 수석은 노인 복지에 많은 성과를 거뒀고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잘 추진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비전 제시와 사회 대타협을 위한 큰 그림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34표를 얻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잘한 참모 2위에 꼽혔다. 복잡한 외교안보 현안에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특히 “대통령의 일관된 북한, 외교 문제를 잘 보좌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받고 있는 높은 평가에 ‘무임승차’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일 관계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청와대 참모#정무수석#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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