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나 황우여-최경환” “살아있네 김한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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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안-경제법안 처리… 여야 지도부 엇갈린 성적표

2013년 정기국회와 예산 국회를 마무리한 여야 지도부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청와대 뜻대로 의안을 처리하느라 많은 걸 양보해 실익도 없었다”는 비판이 많다. 야당은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협상에 응해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에 대한 평가가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여야의 권력 구도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새누리, 朴대통령 요청 외촉법 매달리다 제대로 된 전략없이 주도권 내줘
현충원 찾은 새누리 황우여 대표(앞줄 오른쪽)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당초 전날 현충원을 참배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참배를 미뤘다. 뉴시스
현충원 찾은 새누리 황우여 대표(앞줄 오른쪽)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분향한 뒤 묵념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당초 전날 현충원을 참배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참배를 미뤘다. 뉴시스
새해 예산안을 가까스로 처리한 새누리당은 공식 업무 개시 첫날인 2일 내부적으로 뒤숭숭했다. 전날 예산안과 주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대리인 역할’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강조한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에 매달리면서 민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대로 힘도 못 쓰고 밀렸다는 지적이다.

황우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도 도마에 올랐다. 집권 1년 차에 여권의 무게추가 청와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거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는 당 지도부의 무기력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재선의 조해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책 입안 단계부터 청와대와 소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부족했다”고 말했다.

1일 본회의에서 현행 80kg당 17만83원인 쌀 목표 가격을 18만8000원으로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쌀 소득 보전법’ 처리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요구대로 이뤄진 쌀 목표 가격 상향 조치는 앞으로 농업 정책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른 핵심 당직자도 “최 원내대표 체제는 청와대의 뜻이라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수 있는 ‘청와대 대리인’이라는 인식이 야당에 확실하게 각인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원내 핵심 당직자는 “전략 노출 방지를 위해 협상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국정원 개혁 법안도 민주당이 얻은 것은 별로 없으며, 오히려 여당이 민생 법안을 많이 처리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민주, 철도파업 해법찾기 물밑 역할… 국정원 개혁안 등서 뚝심 과시 ▼


5·18 묘지 찾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앞줄) 등 민주당 지도부가 2일 광주 북구 민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호남이 없는 민주당을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5·18 묘지 찾은 민주당 김한길 대표(앞줄) 등 민주당 지도부가 2일 광주 북구 민주로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호남이 없는 민주당을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방명록에 “승리를 위한 변화를 감당하겠다”고 적었다. 전날 당 단배식 신년사에 이어 거듭 6·4지방선거 승리를 강조했다.

김 대표가 지방선거 승리와 이를 위한 당의 변화를 내세우는 것은 연말에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되찾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기춘 사무총장에게 철도노조 파업 해법을 찾아볼 것을 지시함으로써 철도노조 파업 해결에 역할을 했고, 당내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처리를 밀어붙이면서 예산과 함께 국가정보원 개혁안까지 처리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안과 예산, 철도파업 문제를 사실상 ‘직(職)’을 건 시험대로 여겼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특히 국정원 개혁안의 경우 강경파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않을 경우 지도부 교체론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물론 당내엔 “대체 지도부가 무슨 성과를 얻었느냐”는 의견도 있다.

외촉법 통과가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강조하고 있는 민주당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기도 한 당 지지율도 부담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성과를 냈다’고 자의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연말 국회 때 전병헌 원내대표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많다. 한 초선 의원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문제가 2월 임시국회 때도 해결되지 않으면 차기 원내대표를 조기에 선출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전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까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민주당#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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