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계획경제 → 시장경제’ 방향전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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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 “내년 1월 모든 기업 자율경영”
공장 300곳 시범운영 성공적 판단… 고용-수출까지 기업에 맡기기로
전문가 “북한식 시장경제 첫걸음”

북한이 공장과 기업소의 자율성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될 이번 개혁은 생산과 판매, 경영과 고용은 물론이고 해외 수출까지도 모두 기업소 및 공장의 책임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는 것이어서 북한이 사실상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방향을 트는 ‘북한 정권 출범 후 가장 획기적인 경제개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는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평양에서 공장과 기업소 책임일꾼 및 재정일꾼을 상대로 새로운 ‘경제관리개선체계’(이하 신경제체계)에 대해 집중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교육은 중앙에서 시작해 앞으로 도, 시, 군 단위로 내려가면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전면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제체계의 핵심은 국가 기간 및 군수 산업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공장과 기업소에 경영 자율성을 100%에 가깝게 부여하는 것이다.

먼저 원료 및 자재의 구입과 생산 제품의 판매 가격을 국가의 승인 없이 공장과 기업소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또 생산 품목에 대한 결정권을 생산단위에 부여해 기업의 업종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생산 공정을 신설하는 것도 허용된다. ‘노력(인력) 관리’의 자율화도 이번 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공장과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불필요한 인원을 줄이거나 새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과 해고를 기업이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는 노동국(노동부)의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노동자 임금도 기업소가 직접 결정할 수 있어 인센티브는 물론이고 생산 독려를 위한 임금 차등화가 전면 가능하게 됐다. 또 모든 공장과 기업소에 ‘내화 계좌’와 함께 ‘외화 계좌’ 개설도 허용했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출입을 결정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장은 “이번 조치는 북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경제개혁”이라며 “북한이 계획경제를 폐기하고 시장경제를 변형한 ‘우리(북한)식 시장경제’로 가기 위한 첫걸음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6월 28일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내놓은 이후 지난해 8월부터 전국 우수 공장 300여 곳에 완전독립채산제를 도입해 1년간 시범 운영했다. 신경제체계는 시범 운영을 통해 이런 조치가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결과이며, 보다 확대된 개혁 조치를 북한 전역에서 시행하기로 최종 결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시장경제#북한 신경제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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