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타방식 1단계 “비유 하자면…” 독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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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더십]“국민행복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거름 줘도 안 자라면…”
성과 없으면 2단계로 콕 집어 ‘돌직구’… 정말 화나면 3단계로 ‘국민께 책임’ 거론

박근혜 대통령은 정책 이행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참모와 장관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하기도 한다. 질타 방식은 대개 3단계를 거친다. 처음엔 특정 참모나 장관을 거론하기보다는 비유를 활용해 노력을 독려하는 편이다.

5월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한 말이 좋은 사례다. 박 대통령은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이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걸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아이가 튼튼하지 못하면 모든 부처가 어떻게든 튼튼하게 만들고 쑥쑥 자라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가 정성을 다했는데도 아이가 낫지 않고 잘 자라지 못한다면 그 노력한 것 가지고 자랑하겠어요?” “국민행복이라는 나무가 있는데 우리가 노력도 하고 거름도 주고 했는데 이파리가 자꾸 시들시들하면서 안 자라요. 그러면 아무 소용없는 겁니다.” 질타는 따가웠지만 구체적인 대상은 적시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협업의 성과가 나타나기는커녕 부처 간 갈등이 언론을 통해 표출되자 7월 9일 국무회의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콕 집었다. 2단계 질타 방식인 셈이다.

“주택 취득세 인하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간 논쟁이 있었습니다. 정부 부처들 간에 먼저 협업과 토론이 이뤄져 타당성 있는 결론이 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언론에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러면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겠습니까? 부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질타는 ‘현오석 교체설’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강조한 사안이 지켜지지 않을 때 정말 화를 낸다. 이때는 반드시 ‘국민에 대한 책임’을 거론한다.

3월 첫 국무회의 때부터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을 지적했는데도 5월 원전 비리가 터지자 6월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개인의 사욕과 바꾼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국민 삶을 위협하고 국가 기강을 흩뜨리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대표적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대통령#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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