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먹 썼으면 다신 안 그럴거라는 약속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1953~2013 정전 60년]
정부, 개성공단 회담결렬 北책임 강조… 재발방지 구체적 이행 방안 명시 요구
입주업체들 “정부, 향후 방침 밝혀야”

“박철수는 반드시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라는 상부의 지령을 받고 온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진전이 없었으니 매번 회담이 끝날 때마다 죽을 맛이었고 평양 돌아가서도 많이 혼났을 거다.”

이달 초부터 이어진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지켜본 한 정부 관계자는 북측 박철수 수석대표의 태도를 이렇게 분석했다. 절실함과 조바심이 동시에 느껴졌다고 한다.

북측 박 수석대표는 25일 6차 회담에서 “오늘 내로 논의를 마무리 짓자”며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오후 종결회의에서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가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마자 “결렬하자는 겁니까?”라며 ‘결렬’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예고한) 7·27 기념일(전승절) 전에 어떻게든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아무리 밀어붙여도 우리(남한)가 꿈쩍하지 않으니까 과거에 되풀이해 온 수법대로 일단 세게 치고 나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6일 새벽 제6차 실무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남측이 오후 4시도 되기 전에 회담을 일찌감치 걷어치우고 다음번에 보자는 식으로 노골적인 지연 전술에 매달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이날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한 남북 간 개시 통화에는 정상적으로 응했다.

정부는 26일 북한을 향해 경고한 ‘중대 결심’이 개성공단의 영구 폐쇄를 의미한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본보 26일자 A1면 개성공단 존폐 기로… 남북 실무회담 결렬
▶본보 26일자 A3면 “아침까지만 해도 정상화 기대했는데…”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로가 말싸움을 할 수는 있지만 주먹을 썼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분명하고 구체적이고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주먹을 휘두른 일방적 폭력’으로 심각하게 규정한 것이다.

정부는 재발 방지와 관련해 일방적인 통행 제한, 근로자 철수 등 북한이 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합의서 문구에 넣어야 하고 책임의 주체도 ‘북측’이라고 명시하도록 요구해 왔다.

한편 개성공단 정상화촉구 비상대책위원회는 26일 통일부를 방문해 개성공단을 계속 유지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또 △입주 기업별로 1, 2명의 인력이 공단에 체류하거나 지속적으로 방북할 수 있도록 할 것 △공단 주재원과 국내 지원인력 약 5000명의 급여를 직접 보전할 것 △도산 위기 기업들에 대한 경협보험금을 신속히 집행할 것 △실효성 있는 긴급 대출을 해줄 것도 촉구했다. 옥성석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정부로부터 버려진 느낌이다. 희생하고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개성공단 비대위는 30일 입주 기업 전체회의를 열고 공식 의견 및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측은 “협상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북한이 재발방지 약속을 하지 않았고 지나치게 모호한 문구를 합의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폐쇄’가 아닌 ‘결렬 위기’라고 표현한 만큼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이정은·강유현 기자 lightee@donga.com

#개성공단#박철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