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0주년과 한반도 평화’ 국제 심포지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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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핵위협 대응할 억지력 갖춰야 신뢰프로세스 성공”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정전협정 60주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미국 중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정전협정 60주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미국 중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북한의 핵무장은 한반도 정전체제의 성격과 틀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유사시 북한의 핵사용을 저지할 확고한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반도 평화와 신뢰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이행될 수 있다.”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정전체제의 핵심 화두는 역시 북한 핵문제였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소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은 11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정전협정 60주년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 중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물론이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 평화통일의 길이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개발과 정전체제 무력화 전략을 포기하고 남북 화해와 평화 구축에 참여토록 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행사의 1부(정전체제와 북한 핵문제)는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가, 2부(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평화체제)는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이 각각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 북한의 ‘위험한 게임’

김창수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앞에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과 통일을 표방하면서 (뒤로는) 핵실험과 국지 도발로 정전 무력화를 시도해 왔다”며 “김씨 세습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분단 지속과 한국에 의한 통일 반대가 북한의 속내이자 진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북의 도발과 전쟁을 억지하는 한편 신뢰 구축으로 정전체제를 관리하고 평화체제 전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손경호 국방대 교수는 “한반도 정전체제는 전쟁 재발 방지와 한미동맹을 활용한 한국의 성장과 번영에 기여했다”며 “하지만 탈냉전 이후 국제질서의 변화로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핵과 미사일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중국의 ‘한반도 현상 유지’ 정책

북핵 6자회담과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지렛대)의 현실적 한계와 그 원인에 대한 냉철한 비판도 제기됐다.

선딩리(沈丁立)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3차례의 핵실험 등 핵개발에 상당한 진척을 거둔 점에서 6자회담은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6자회담 과정에서 자국의 대북 영향력을 과대평가했거나 북한을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과 동북아 질서의 혼란 등을 이유로 대북 제재의 영향력 발휘를 꺼리는 게 중국의 속내라고 분석했다.

진찬룽(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진카이(金凱) 연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이 대리 발표한 발제문에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의 북핵 정책이 ‘적극적 개입’을 통한 비핵화에서 한반도 안정 유지라는 소극적 태도로 급변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대북 영향력의 현실적 한계를 인식한 데다 미국과의 북핵 공조도 삐걱대자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한반도 현상 유지’로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상당 기간 선군정책을 고수하면서 핵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의 세계관으로 보면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이라고 주장했다.

윤정원 육군사관학교 교수는 관련 토론에서 “주변국들이 북한의 핵개발을 ‘협상용’으로 여기고, 궁극적인 핵무장 의도를 간과한 측면이 크다”며 “북한의 핵능력이 강화될수록 한국과 일본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석희 연세대 교수는 “중국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북한의 핵 포기 등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강경한 대북 핵 정책을 구사하기 힘들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 남북 간 신뢰 구축 쉽지 않아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청사진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남북관계에 신뢰의 가치를 적용하고, 한반도의 범위를 넘어선 ‘신뢰 외교(Trustpolitics)’를 확산시켜 북한 문제 해결의 국제화를 추구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의지는 긍정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키어 리버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핵 위협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순조롭게 추진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굳건한 억제력에 기초한 대화 재개와 대북 지원이 핵심인 신뢰 외교는 고무적이지만 북한과의 전쟁을 염두에 둔 한미 군사전략의 속성상 남북 간 신뢰 구축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북한의 대남 핵 공격 등 핵 위기 고조 가능성은 한반도의 신뢰와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북한 핵 사용 가능성 대비해야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데릴 프레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핵무기는 약자의 궁극적인 무기”라며 “북한과 같은 약소국이 한미연합군처럼 강한 상대와 맞설 경우 핵무기 사용의 강력한 유혹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버 교수도 “북한 지도부를 신속히 공격해 지휘통제를 무력화하는 한미 군 당국의 전쟁 방식은 북한 정권이 ‘핵카드’를 선택하도록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전시 북한의 핵 사용에 대응할 재래식 전력은 물론이고 핵 보복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리버 교수는 미국이 전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고, 한국 방위공약을 유지하려면 북한이 핵우산 등 미국의 핵 능력을 위협으로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의 핵이나 재래식 도발 시 다양한 위력의 핵무기로 즉각적이고 정확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보복 옵션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손영일 기자 ysh1005@donga.com
#정전협정#한반도평화#국제심포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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