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문가 “YS의 청와대 칼국수처럼 국정초기 작은 변화로 혁신 이끄는 ‘퀵윈’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영전문가 10인이 평가한 ‘대한민국 CEO’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6일로 꼭 한 달이 됐다. 국가경영 스타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은 다르지만 경쟁자(경쟁국 또는 정당)를 대하고, 구성원(정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 등 리더가 갖춰야 할 공통점도 많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대한민국 최고경영자(CEO)’인 박 대통령의 국가경영 1개월을 경영전략 및 리더십 분야 전문가 10명의 도움을 받아 점검해 봤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소통하고 이른 시일 내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동력(動力)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협상은 독식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박 대통령을 분석하는 키워드는 ‘오너 경영인’이었다. 오너 경영인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큰 게 장점이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려 하거나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려 한다. 이런 리더십 아래서는 조직원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리더에게 결정을 미루는 부작용이 생긴다.

박 대통령도 비슷한 행태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잇단 인사 실패 역시 후보자 낙점 과정을 모르는 실무자들이 리스크(위험)를 발견하고도 “위에서 알아서 했겠지”라며 적극적으로 경고음을 내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한 리더십 컨설턴트는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조직원들은 무성한 추측만 내놓게 된다”며 “소통 창구를 열지 않으면 조직의 활기가 떨어지고 경영자는 과도한 책임을 떠안아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트레이드마크인 ‘약속을 지키는 정치’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강박관념이 국정을 꼬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혁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리더가 자신의 말에 집착하면 점점 그 말에만 묶이는 ‘몰입의 상승’ 현상이 나타난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방침을 수정하는 유연성도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조언했다.

정부조직법 대결 국면에서 협상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한영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놓고 대통령은 ‘일할 준비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야당에는 배수진을 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다”며 “상대의 본심을 읽는 협상전략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에는 상생을 요구하면서 왜 자신은 야당을 상대로 승자독식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 “작은 변화로 승리를 이끌어라”

경영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퀵 윈(quick-win)’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리더가 첫 100일 내에 작은 변화로 조직 전체에 혁신 에너지를 불어넣는 전략을 말한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2003년 취임하자마자 ‘현대식 관료주의’를 없애겠다며 사장이 각종 사내 행사에 입장할 때 박수를 치던 관행부터 없앴다. 권위주의 청산을 내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청와대 칼국수 식사’, 친(親)기업 정책의 출발을 알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도 대표적인 퀵 윈 사례다.

세련된 홍보 전략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철규 휴먼솔루션그룹 대표는 “CEO들은 처음 석 달 동안 의도적으로 눈에 띄는 화젯거리를 만들어 낸다”며 “리더의 진심도 중요하지만 쇼잉(보여주기) 전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채널A 영상]나홀로 식사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경영전문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