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北, 핵탄두 운반능력 세계에 과시… 美백악관도 사정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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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 추진체 대폭 개선… 사거리 3년 6개월만에 2배로
핵탄두 소형화-대기권 재진입 기술 갖추면 ICBM 완성
■ 北 사실상 ICBM 발사 실험

북한이 12일 쏴 올린 장거리 로켓은 사실상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군 안팎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줄기차게 추구해 온 대량살상무기(WMD)의 미국 본토 타격 가능성이 이번 로켓 발사 성공으로 크게 높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군 소식통은 “북한 로켓의 1단 추진체 연소시간은 156초로 올 4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의 130초보다 26초가 길어졌다”며 “사거리도 1만 km 이상에서 1만3000km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1∼3단 추진체로 구성된 장거리로켓에서 전체 추력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1단 추진체의 성능이 대폭 향상된 만큼 사거리도 확장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북한은 올해 4월 쏴 올린 장거리 로켓이 발사 2분여 만에 공중 폭발한 뒤 1단 추진체의 엔진 성능실험에 주력해 왔다.

사거리가 1만 km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서부지역, 1만3000km면 워싱턴 등 동부지역과 남부 마이애미를 포함한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북한이 2009년 4월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6700km를 날아간 것과 비교하면 3년 6개월 만에 사거리를 두 배가량으로 늘린 셈이다. 아울러 이날 발사된 로켓은 처음으로 1∼3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탑재물(위성)도 궤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ICBM 개발에 성큼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선 북한이 1998년 8월 대포동1호 발사 이후 지속적인 추진체 성능 개량과 해외 기술 도입 등을 통해 사실상 ‘ICBM 보유국’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와 ICBM은 기체와 추진기관, 유도조정장치 등 핵심 기술이 동일하다. 로켓에 탄두를 올리면 ICBM,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재진입체 기술 등 일부 기술만 적용하면 우주발사체는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다.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이날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이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발사 당사자이지 그것을 지켜보는 제3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로켓 발사가 위성을 쏴 올리는 것이 목적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사실상 미사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음을 과시한 셈이다.

북한은 미국의 모든 주요도시가 사정권에 들어가는 ICBM을 개발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 노골적이고 대담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군 관계자는 “미국과 ‘맞짱’을 뜰 수 있는 ‘고슴도치 전력’ 보유를 입증한 만큼 앞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맞서 추가 로켓 발사나 핵실험 등 ‘벼랑 끝 도박’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도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ICBM까지 완성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 군비경쟁과 핵도미노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한#미사일#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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