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중고 패트리엇 도입 결정할 때 北은 새 미사일 시험발사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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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계속 미사일 개량하는데
南은 “과잉戰力” 일부 반발에 신형 대신 구형 패트리엇 선택

국방부가 최근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 도입 방침을 밝혀 예산 중복투자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대북 방공망의 부실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군 안팎에선 지금의 ‘뻥 뚫린 방공망’을 초래한 주원인으로 군 당국의 빗나간 탄도미사일 대응을 꼽고 있다.

군이 차기유도무기(SAM-X) 도입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3년. 그로부터 4년 뒤 1조 원을 들여 독일에서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제대로 요격할 수 있는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참여 논란과 ‘과다 전력 투자’라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반발 때문에 차선책으로 구식 기종을 선택한 것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북한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2006년부터 KN-O2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여러 차례 동·서해로 시험 발사하는 등 성능 개량에 전력을 기울였다. 옛 소련제 SS-21 미사일을 개량한 KN-O2는 사거리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고, 발사 준비가 손쉬운 고체연료를 사용해 기습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미국 국방부와 주한미군도 “기존 미사일보다 훨씬 정확하고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북한은 2008년부터 KN-O2보다 사거리와 정확도가 더 뛰어난 KN-O6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이 미사일은 KN 계열 가운데 미사일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원형공산오차(CEP·발사된 미사일 가운데 절반이 떨어지는 반경)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부실 방공망을 자초하는 동안 북한은 그 빈틈을 노려 미사일 기습능력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향후 10년 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실질적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한 것도 이런 상황을 잘 대변한다. 일각에선 북한의 군사위협을 과소평가한 과거 정권의 정치적 오판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논란 속에 7년 전 작성된 공군 내부보고서가 최근 PAC-3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정확히 예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공군이 작성한 ‘SAM-X 사업 분석 보고서’는 독일의 중고 PAC-2 시스템은 구형 PAC-3 발사시스템에 요격능력이 제한된 PAC-2 미사일을 탑재한 것으로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대처하기에 성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미국 회계감사국(GAO) 자료를 근거로 PAC-2의 탄도미사일 요격률이 55%라고 분석하면서 중고 PAC-2를 도입하면 탄도미사일 요격용 PAC-3 미사일을 탑재한 신형 장비로 반드시 성능을 개량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당시 국회에도 보고됐지만 중고 PAC-2 도입 결정을 뒤집진 못했다.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29일 PAC-3 미사일을 당장 구매하기보다 PAC-2 소프트웨어를 개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운용 중인) PAC-2 미사일을 다 없애고 몇조 원을 들여 PAC-3로 바꾸는 것은 나중 일”이라며 “일단 PAC-2 요격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PAC-3급으로 개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北 “미국 본토, 우리 타격권 안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北 미사일#신형 패트리엇#PAC-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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