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귀순 北병사 한밤 내무반 두드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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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강원 최전방부대 진실은

강원 고성군의 민통선 이북 해안 철책. 동아일보DB
강원 고성군의 민통선 이북 해안 철책. 동아일보DB
2일 강원 고성 지역으로 넘어온 북한군 병사가 한국군의 최전방 일반소초(GOP) 생활관(내무반)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힐 때까지 해당 부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합참의장은 “폐쇄회로(CC)TV에서 북한군을 식별하고 신병을 확보했다”는 거짓 보고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 관계자는 10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확인한 결과 당일 오후 11시 20분경 북한 병사가 생활관의 문을 두드리자 우리 장병들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방의 3중 철책이 뚫린 것은 물론이고 병사들이 거주하는 생활관의 경계조차 실패한 것이다.

이 같은 설명은 정승조 합참의장이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초의 생활관 밖에 설치된 CCTV로 북한군을 발견하고 귀순 의사를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보고한 것과도 다르다. CCTV에는 당시 상황이 녹화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대는 2일 최초 보고 때는 CCTV로 확인했다고 보고했다가 다음 날 북한 병사가 문을 두드려 알아챘다고 정정해 보고를 했지만 합참 상황실에서 두 번째 정정 보고를 윗선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10일 오전 CCTV로 발견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고받고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에게 사과 전화를 했다.

군은 북한 병사의 귀순 사실을 숨겨오다가 사건 발생 6일 뒤인 8일 국감에서야 이를 공개했다. 북한 병사가 귀순한 2일은 강원 강릉 경포대 앞바다에 북한 잠수정이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계태세가 강화된 날이기도 하다.

귀순한 병사가 오후 10시 30분경 철책을 타고 넘었다고 진술한 만큼 이 병사의 정확한 동선도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생활관이 철책으로부터 약 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 병사는 한 시간 가까이 생활관 주변을 서성거린 것으로 추정된다. 귀순한 병사는 20대 초반의 중급병사(상병)이며 키 160cm, 몸무게 50kg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왜 초기부터 CCTV를 통해 발견했다고 잘못 보고했는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이 당일 진돗개(경계태세) 상위 단계 발령 등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전체 CCTV와 상황 일지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영상] 이건 아니잖습니까/소초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채널A 영상] ‘남쪽으로 내달린 4분’ 긴박했던 북한군 귀순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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