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불참… 통진 반쪽행사로 끝난 ‘정치검찰 토론회’

구당권파 “공동주관” 홍보… 민주 “역풍 맞을라” 거부감

누가 뭐래도… 유시민 “아메리카노 함께 드실래요” 통합진보당 유시민 전 공동대표(오른쪽)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진보정치혁신모임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심상정 의원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 전 대표는 최근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는 자신을 구당권파가 비난하자 “인생의 소소한 즐거움까지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반박했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통합진보당이 22일 민주통합당과 함께 ‘정치검찰 비판 토론회’를 개최하려다 스타일만 구긴 채 반쪽 행사로 끝났다.

통진당 구당권파 김선동 이상규 의원은 이날 민주당 박영선 이종걸 의원과 공동주관으로 ‘정치검찰의 야당탄압 공동대응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홍보했지만, 민주당 두 의원은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

사정은 이렇다. 김선동 의원실은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통진당, 한국진보연대가 공동주최하고 민주당 박영선 이종걸 의원실, 통진당 김선동 이상규 의원실이 공동주관하는 토론회를 연다”고 알렸다. 그러나 박 의원 측은 “공동주관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통진당과 함께 토론회를 여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영선 이종걸 의원이 토론회 시작 시간을 지나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김선동 의원은 “당 대 당으로 추진된 토론회인데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반쪽 개회’를 선언했다.

두 당이 ‘정치검찰’을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토론회를 함께 열지 못한 것은 ‘통진당 구당권파와 친하게 지내면 손해’라는 민주당의 인식 때문이다. 비례대표 부정경선과 당내 폭력사태로 여론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통진당 구당권파는 민주당의 힘을 빌려 검찰 수사 등의 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 의원과 민주당 정치검찰공작수사대책특위 위원장인 이 의원에게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은 밉지만 그렇다고 구당권파와 손잡을 수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민주당의 위세를 업고 검찰을 압박하려던 통진당 구당권파가 명분도 실리도 잃은 셈이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