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四封南?…南과 거리두는 北, 4강 외교는 발빠른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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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광범위한 경제 개혁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제사회의 주요 4개국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섰다. 북한은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낸 것을 비롯해 4강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정상적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4강 관계를 재정비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치는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반면에 한국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를 거절함으로써 한국과는 거리를 두고 4강과 접촉을 강화하는 이른바 ‘통사봉남(通四封南)’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다만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도 북한의 잇단 약속위반으로 유명무실해진 만큼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없다면 실질적인 관계 개선의 결실을 맺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 중국… 로켓 발사후 싸늘했던 北-中 다시 밀월 ▼

올해 북-중 관계는 냉·온탕을 오갔지만 장 부위원장의 13일 방중과 국경지대 경제특구 2곳 개발 합의를 통해 다시 훈풍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북한 체제 불안정을 우려했다. 올해 2월 북한과 미국 간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자 중국은 대북 원조 의사를 밝히며 후원하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4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양국관계는 급랭했다. 예정된 고위급 교류가 잠시 미뤄졌을 정도로 북-중 관계는 찬바람이 불었다.

그럼에도 결국 북한의 후원자는 중국이었다. 7월 중순 김정은의 측근인 이명수 인민보안부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곧바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면서 양국 고위층 교류가 재개됐다. 베이징 소식통은 “최근 대화에 나서는 듯한 북한의 변화를 중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언제 양국 간에 냉기류가 있었냐 싶을 정도의 친밀감을 과시했다.
▼ 미국… 北 ‘뉴욕 채널’ 통해 美에 관계개선 손짓 ▼

북한은 미국과 ‘뉴욕 채널’을 통해 비공식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북한은) 정규 접촉선으로 항상 뉴욕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연락한다”고 말했다. 뉴욕 채널은 클리퍼드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와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 간에 설치된 협의 채널. 북-미 양국은 지난달 전화통화 형식의 고위급 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 개선은 쉽지는 않은 작업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선을 긋고 있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어설픈 합의라도 한다면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천안함 연평도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는 북한 문제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처지다.

그럼에도 북한은 미국의 가려운 곳을 긁고 있어 주목된다. 양국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가진 비공식 접촉에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등 미 핵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 일본… 北-日, 정부간 대화 4년만에 재개 합의 ▼

지난해 말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북-일관계 변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은 4월 장거리로켓 발사 때 일본 언론을 대거 초청해 발사대와 인공위성을 공개했다. 지난달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의 방북을 허용했다. 김정은이 연좌제를 완화하고, 경제 개선을 위해서라면 ‘자본주의적 방법’이라는 비판에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일본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됐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일본 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중의원 예산위원장(전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과 송일호 북일 교섭담당 대사의 물밑 접촉도 이어져 이들은 올해 초까지 4차례 회동해 9, 10일 양국 적십자 대표 간 회담을 이끌어냈다. 탄력을 받은 양국 정부는 베이징(北京)에서 지난달 29일 4년 만의 정부 간 대화 재개를 위한 예비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재개되는 정부 간 대화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이 진전되면 양국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 러시아… “푸틴, 김정은에 北-러 정상회담 제안” ▼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는 다음 달 8, 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북-러 정상회담 실현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처음 의장국을 맡은 러시아가 북-러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아시아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도 북-러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채무 110억 달러 가운데 90% 정도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지난해 보도했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가로막던 가장 큰 장애 요인인 채무 문제가 해결되면 러시아는 북한을 통과해 한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장성택#천더밍#북한#4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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