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현병철 인권위장 임명 강행… 정치권 반발

  • 동아일보

청문보고서 불발 25일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을 빚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사진)를 임명했다. 지난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지 25일 만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가 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보내지 못하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고 그래도 보내지 않으면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했다”며 “그동안 여기저기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느라 임명에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정치권의 임명 반대 목소리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고, 업무 수행에 큰 차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 위원장의 임명을 재가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로서는 현 위원장 임명 철회의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한편으론 대안 부재론도 나왔다. 한 핵심 관계자는 “임기 말 현 위원장 외에 다른 후보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 카드를 접을 경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으로 간신히 불씨를 지핀 임기 말 국정운영 동력을 고스란히 잃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주통합당 이언주 원내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임기 끝까지 바뀌지 않는 모습에 절망스럽다”며 “임명 재가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심상정 의원은 성명을 내고 “현 위원장 임명은 대외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인권 후진국이라는 선언이고, 대내적으로는 인권위 말살 선언”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고심한 것은 이해하나 아쉬움이 있다”며 “새누리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중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것을 권해왔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독도 방문과 런던 올림픽에 이슈가 쏠린 틈을 타 현 위원장을 기습적으로 임명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현병철#임명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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