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마다 보장 확대 공약… 건강보험 재정 악화 초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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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KDI 연구위원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행정부가 운용 책임져야”

과거 대선 후보들이 내놓았던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 공약이 대통령 당선 이후 현실화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추가 악화를 막으려면 보장범위 등을 결정하는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이해 당사자의 참여를 배제하고 행정부가 건보재정 운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1일 내놓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을 통해 본 건강보험 성과지표와 의사결정의 책무성 문제’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은 단기적 정치 상황에 좌우되고, 재원의 효율적 사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보고서는 건강보험이 정치 상황에 휘둘린 대표적 사례로 ‘식대·병실료 급여화 정책’을 꼽았다.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대선 당시 공약인 ‘건강보험 보장성 70%로 확대’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05년 식대, 병실료를 건강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재정이 악화되고 비판 여론이 일자 2008년 식대 보장률을 낮췄다.

보고서는 또 보장범위 확대 과정에서 치석 제거, 한방 물리치료 등 논란의 여지가 큰 결정이나 대선공약을 구현하기 위한 졸속행정이 적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국고지원금, 담배지원금을 제외한 건강보험 재정이 2010년에 6조4700억 원의 적자를 내는 등 2000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현재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가 단기적 정치 상황이나 이해단체의 압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호법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공급자 대표(병원 및 의사) △정부를 포함한 공익대표 등 3자가 동수로 참여하는 건정심이 보장 범위, 보험료 등을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는 정치권의 영향을 받은 정부안이 관철되는 경우가 많지만, 민관합동기구의 결정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가 재정 부실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다.

윤 연구위원은 “사회정책 면에서 중요한 사안을 이해그룹이 대거 포함된 협상기구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법률에 따라 행정부의 책임 아래 관련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대선#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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