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 10주년]“대한민국은 10년간 잊고 살았다, 나라 지킨 희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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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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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이명박 대통령 29일 기념식 참석 건의
DJ-노무현 정부, 전사자-유족 홀대… MB도 기념식 불참
2002년 DJ정부, 北“우발적 도발” 거짓 해명만 믿어
軍통수권자의 예우는 국민단합 이끌어내는 세리머니

국방부가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을 적극 건의하기로 한 것은 나라에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최고 예우’로 기리는 국가적 풍토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가 조국을 지키다 산화한 장병들과 유족들의 아픔을 직접 달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2연평해전이 발발한 2002년 합동영결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치러진 9주년 기념식까지 통틀어 군 통수권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제2연평해전 전사자와 유족들에 대해 홀대와 냉대를 거듭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교전 발발 이틀 뒤인 2002년 7월 1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러진 전사자들의 합동영결식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한동 국무총리, 김동신 국방부 장관 등 국가 지도자와 군 지휘부가 대부분 불참했다. 군 통수권자인 김 대통령은 교전 다음 날 한일 월드컵 결승전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목숨 바쳐 지켜낸 영웅들을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느냐는 비난이 군 안팎에서 빗발쳤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치밀히 계획된 북한의 도발이 분명했지만 당시 외교안보라인은 ‘우발적 도발’이라는 북한의 거짓 해명에 기대어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평가 절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기념식이 열렸지만 군 통수권자인 노 대통령은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3주년 기념식에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전달했고, 4주년 기념식엔 서주석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을 시켜 추모 메시지도 없이 헌화와 분향을 한 게 전부였다.

2주년 기념식까지 대통령과 총리, 국방장관이 계속 불참하다 각계의 비판 여론이 일자 3주년 기념식부터 국방장관, 5주년 기념식에는 총리가 참석하는 등 구색을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5년 내내 기념식이 해군 주관 행사로 진행돼 국민의 관심도 덜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 전사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와 배려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6주년 기념식부터 정부 차원의 행사로 격상했지만 이 대통령이 참석한 전례는 없다. 군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통해 북한의 위협 실체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한 군 통수권자가 제2연평해전 추모식에 계속 불참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분초를 다투는 대통령의 빠듯한 일정과 경호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모든 기념행사에 참석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조국을 위해 싸운 이들에 대한 추모 행사만큼은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반드시 참석해야 국민적 관심과 함께 사회 전반의 애국심도 고양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올해 3월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을 사흘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예고 없이 방문해 천안함 46용사의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국가적 행사를 주관하느라 천안함 2주년 기념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사전에 묘역을 찾아가 전사자 묘비를 어루만지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기념식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잊지 않는 군 통수권자의 성의와 의지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군 통수권자가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영웅들을 직접 챙기는 것은 이념과 계층을 초월해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내는 가장 숭고한 세리머니”라며 “올해 10주년 기념식에 이 대통령이 영웅 6명을 호명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이 정부가 주관하는 마지막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참석이 더 절실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해군 주관으로 진행됐던 기념식을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 행사로 격상시키되 그 시한을 5년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올해 이후로도 제2연평해전 기념식을 정부 행사로 유지하려면 정부 기념일로 지정하거나 국무회의의 별도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해 정부에 그 결과를 보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내년 11주년 기념식부터는 정부가 아닌 군이나 민간 추모단체 주관으로 기념식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제2연평해전#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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