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0년만에 최악의 가뭄 강조하는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6일 0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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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0년만에 최악의 가뭄…김정은 체제 '복병'
내부 독려·국제사회 식량원조 의도 등 다목적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이 각종 매체를 동원해 연일 가뭄 극복을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키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북한 양강도와 자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북한 서해안 지방이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며 "현재 북한은 황해남북도, 평안남도 등이 지난 4월 이후 10㎜ 이하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어 1962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또 "전국 각지의 일꾼과 근로자들이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에 총동원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신문도 "계속된 가뭄으로 강냉이 영양단지 모 옮겨 심기와 모내기에 지장을 받고 있고, 이미 심은 밀, 보리, 감자 등 여러 농작물이 피해를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 서해안 지역은 용수부족이 위기 상황에 이르렀으며 저수지와 호수 등의 수원이 말라붙어 식량난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가뭄은 지속된 고온현상으로 농업용수가 고갈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가뭄 극복을 위한 노력을 적극 강조하는 것은 식량난 악화로 인한 김정은 체제 불안을 다스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이 지난 4월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식량난 해결)'고 공언했는데, 새로운 체제가 출범한 첫 해부터 작황이 나쁘고 흉년이 들면 북한 주민으로부터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가뭄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한 북한 내부를 대대적으로 독려하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강행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논란으로 더욱 어려워진 식량난을 가뭄이라는 자연 현상으로 돌려 이미지 변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추가 도발'이란 카드로는 현재의 국면을 벗어나는데 전술적으로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민생이나 경제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려 북한주민을 도와줘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극심한 가뭄을 작황의 어려움이나 식량난으로 연계해서 생각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가뭄 현상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며 "대규모 식량지원은 당국간 대화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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