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김재연 출당 착수… 당권파 “숙청” 두시간 회의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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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진 혁신비대위, 조윤숙-황선 포함 4명 당기위 제소

구호 외치는 사퇴거부 3인 통합진보당 당권파 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숙 황선 비례대표 후보(앞줄 오른쪽부터)가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통진당사 앞에서 자신들에 대한 혁신파의 출당 압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구호 외치는 사퇴거부 3인 통합진보당 당권파 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숙 황선 비례대표 후보(앞줄 오른쪽부터)가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통진당사 앞에서 자신들에 대한 혁신파의 출당 압박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통합진보당 혁신파가 25일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출당(제명) 절차에 돌입했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폭력사태를 일으킨 당권파는 이날도 출당 조치를 결정한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방해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자진 사퇴 시한인 이날 낮 12시까지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고 당론을 거부한 이, 김 당선자와 조윤숙, 황선 후보를 혁신비대위의 이름으로 당기위원회에 제소한다”고 밝혔다.

혁신파는 출당을 피하기 위해 당적을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옮긴 두 당선자의 제명을 심의할 지역 당기위를 서울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들을 서울시 당기위에 제소했다. 당에 사퇴서를 제출한 윤금순 당선자(1번)는 19대 국회에 들어간 뒤 조윤숙 후보의 출당 절차가 완료되면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 조 후보의 의원직 승계를 막기 위해서다. 혁신파는 판사 출신의 서기호 후보(14번)가 승계하도록 할 계획이다. 윤 당선자를 제외한 비례대표 후보 9명의 사퇴서는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통진당은 시도 당기위가 제명을 심의(60일 이내·최대 90일)한 뒤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해 받아들여지면 중앙 당기위가 재심(60일 이내·최대 90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당기위는 위원(7명) 모두 혁신파에 속해 제명 결정은 쉬울 것으로 보이지만 14일의 이의 신청 기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19대 국회 개원(다음 달 5일) 전에 출당 절차를 끝내기는 어렵다. 당 관계자는 “신속히 진행하면 다음 달 출당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멸족의 위기에 처해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역사가 우리(혁신파)에게 악역을 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런 고통스러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에 앞서 김미희 당선자(경기 성남 중원)와 안동섭 경기도당위원장 등 당권파 시도당위원장들이 강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약 30분 동안 출당 조치에 항의하면서 오후 2시에 시작하려던 회의는 2시 15분에야 시작됐다. 안 위원장은 “(혁신파가) 이러면 2008년 때 일이…”라며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4, 5일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국민보다 당원의 눈높이가 중요하다”고 주장해 지탄을 받은 장본인이다.

안 위원장을 비롯해 시도당위원장 6명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회의장에 들어가 회의 참관을 요구하며 회의 진행을 방해했다. 강 위원장이 “중요한 결정을 하려 하니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막무가내였다. 그 사이 소명 기회를 요청한 김재연 당선자는 출당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강 위원장과 당권파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회의장 밖 복도에선 당권파 당원들이 ‘죄 없는 비례후보 출당 조치 웬 말이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오후 4시경에야 당권파 위원장들이 참관하는 조건으로 회의가 시작됐고 혁신비대위는 1시간 만에 당기위 제소를 결정했다. 강 위원장은 “최후의 선택이 한 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이 동의했다”고 했으나, 혁신파와 당권파 사이에서 중립적 목소리를 내온 울산연합 출신의 민병렬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제소를 반대했다.

출당 대상자들은 ‘정치적 희생양’ ‘정치적 사형선고’ ‘정치적 숙청’ 등의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석기 당선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당기위 제소는 정치적 생명을 끊어 버리는 것이며 당을 극단적 분열 상황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연 당선자도 자료를 내고 “당에서 제명되는 건 정치적 사형선고와 같다”며 “청년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전혀 드러난 바 없다”고 주장했지만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서 소스코드가 변경되는 등 부정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채널A 영상] ‘불편한 동행’ 통진당 혁신-당권파 함께…

>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자(서울 관악을)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당사에 들이닥쳤을 때 혁신비대위가 협조했다는 사실을 비대위원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며 “당이 풍전등화 상태에서 이, 김 당선자의 출당을 밀어붙이는 것은 당의 분란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혁신비대위는 ‘검찰 협조설’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통진당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통합진보#이석기-김재연 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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