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벼랑끝 내전]이정희 “투명해진다고 대중정당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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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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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감춘채 신경전…
■ 당권파-비당권파 충돌 5일만에 열린 전국운영위

심각한 대표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의혹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0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이정희 대표(앉아 있는 사람)를 중심으로 모여 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심각한 대표들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경선 의혹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0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공동대표단과 운영위원들이 이정희 대표(앉아 있는 사람)를 중심으로 모여 특별위원회 구성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통합진보당의 총선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을 둘러싸고 지난 주말 정면충돌했던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5일 만인 10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맞붙었지만 예상만큼 큰 충돌은 없었다.

양측의 대립은 비당권파 운영위원 22명이 공동대표단 총사퇴를 전제로 강기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발의한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의 건’에 대해 당권파가 반대하고 나서면서 고조됐다. 하지만 양측은 4, 5일의 전국운영위 때와 달리 극한 대립을 피한 채 핵심 쟁점인 비대위 구성을 12일 당 중앙위원회로 미뤘다. 대표 발의자인 윤난실 운영위원은 “중앙위 개최 전에 대표단이 전국운영위를 다시 열어 비대위 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안건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안건이 철회되면서 회의는 오후 11시 15분에 끝났다. 비대위 구성 여부는 중앙위 직전에 열릴 전국운영위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양측이 10일 회의에서 ‘발톱’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극한 대립했던 4, 5일의 전국운영위와 ‘본격 전쟁터’로 예상되는 12일의 중앙위 사이에 낀 징검다리 같은 회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위가 열리면 비당권파를 중심으로 5일 전국운영위가 결정한 ‘경쟁 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권고안’과 당권파의 ‘당원 총투표를 통한 경쟁 부문 비례대표 총사퇴’ 주장을 둘러싸고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수적으로 밀리는 당권파가 물리력으로 중앙위 회의를 방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심상정 공동대표가 10일 “중앙위원회를 무산시키려 하는 그 모든 시도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날 전국운영위에서도 감정싸움은 계속됐다. 4일 전국운영위 개막 초기부터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정면 부정해 파행을 자초한 이정희 공동대표는 이날도 첫 인사말부터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공동대표의 ‘유령 당원’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진상조사보고서가 약간의 부실이 아니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고, 편파적이고 의도적인 보고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말해 회의장을 긴장시켰다. 이 대표는 “당이 투명한 정당이 된다고, 인터넷 시스템을 잘 갖춘다고, 실명인증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다고 현대정당, 대중정당으로 진전하지 않는다. 당원들과 대표단 사이에 단단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뚫고 간다는 애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화합하자는 주문이었다.

이에 유시민 공동대표는 “불신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당의 독립기구가 독립기구답게 행동하지 않은 데에도 이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을 방기하고 당권파 측 논리에 치우치고, 일부 당직자가 당권파 의견을 적극 대변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심 대표는 “이번 사태는 상식과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고 그것을 어긴 공당의 책임 문제”라며 “이번 비례대표 경선은 국민의 눈과 상식엔 부정이다. 성찰해야 될 일을 관행으로 합리화하고 책임을 미루는 것이야말로 당원의 자부심을 훼손하고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앙위에서 해결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국민이 우리를 외면하고 정권교체의 걸림돌로 생각할 것”이라며 “껍데기만 남은 당에 기득권, 당권은 아무 소용 없다. 국민을 잃고 일어선 정당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5일 열렸던 전국운영위 직후 당 사무부총장을 시켜 운영위원들에게 ‘실제로 전자회의에 참석했느냐’고 일일이 확인하면서 인터넷주소(IP)까지 요구해 모욕감을 느꼈다는 운영위원들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이 대표가 당시 전국운영위 의장직을 내놓고 퇴장한 뒤 당권파 당원들이 물리력으로 운영위 재개를 방해하자 그날 밤 운영위원들이 전자회의를 열어 ‘쇄신안’을 통과시킨 것을 문제 삼기 위해 당권파가 조사에 나섰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전국운영위는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운영위원이 아닌 당원들의 참관을 불허했다. 당권파 당원들은 회의장 바깥으로 나가 달라는 당직자들에게 “당원을 무시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몸싸움을 벌여 한때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전국운영위는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고 당내 인사 4명, 외부 인사 6명으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의결했다. 특위는 부정 경선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기구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통합진보당#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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