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현실성 없어… 통과땐 19대는 식물국회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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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회부의장 등 재검토 여론 확산

새누리당 내에서 국회선진화법 처리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여야는 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제한하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방해)를 도입하는 대신 국회 점거 및 폭력을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고 24일 본회의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19대 국회에서 사실상 법안 처리가 어려워 국회 운영을 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19일 “본회의(24일)에서 성급하게 처리하지 말고 부작용을 좀 더 논의한 뒤 5월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그때 통과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도 “국회선진화법 부작용에 대해 다시 면밀하게 검토 중이다. 24일 본회의 전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의 의견 제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 19대 국회는 식물국회가 될 것”이라며 양당 원내대표에게 재검토를 요청했다. 정 부의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는 좋으나 내용이 너무 현실성이 없다”며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 소수당의 입법 비토권이 지나치게 강화돼 다수결을 존중하는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수당의 입법 횡포를 제한하는 각종 제도는 재적의원의 3분의 1만 필요해 소수당이 쉽게 이를 충족할 수 있지만 소수당의 떼쓰기를 막기 위한 다수당의 견제장치가 작동하려면 재적의원의 5분의 3이 필요해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번 19대 국회뿐만 아니라 180석을 넘게 얻는 정당이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19대 국회에서 100석(재적의원 3분의 1)을 넘은 민주통합당은 상임위에서 여야 이견 법안을 안건조정위원회에 넘겨 90일 동안 논의하게 하거나 본회의장에서 무제한 토론을 해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다.

반면 본회의장에서 소수당의 무제한 토론을 종료시키거나 소수당 상임위원장이 법안 처리를 막고 있을 경우 180일 이후 상임위에서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려면 180석(재적의원 5분의 3)이 필요해 152석의 새누리당 단독으로는 사실상 법안 처리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미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이상 뒤집기엔 늦었다는 관측도 있다. 정 부의장의 재검토 요청에 여야 원내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이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총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도입 취지를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이 법 처리를 보류할 경우 여야 합의를 깼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미국은 필리버스터 제도를 견제할 다양한 장치가 있지만 지금 법대로 필리버스터 제도를 도입하면 다수당은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며 “필리버스터 제도는 소수당이 불만을 표출하고 다수당과 타협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장치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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