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언론이 보는 총선]배상록 경인일보 정치부장

  • Array
  • 입력 2012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기 52곳중 20곳 ‘바람’따라 오락가락

경기·인천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이렇다 할 지역색이 없는 데다 유권자들의 성향도 뚜렷한 특징을 찾기 어렵다. 과거에는 ‘여농야도(與農野都)’의 전형적 구도가 통용된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마저도 옛말이 돼 버렸다. 선거 때마다 여야가 경인지역을 최대 승부처로 꼽는 것도, 승패를 예측할 때 ‘바람’과 ‘분위기’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는 것도 같은 이유다.

지역색이 옅고 민심이 유동적인 곳이다 보니 선거판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토박이론’도 그리 위력을 떨치지 못한다. 지역 판세를 좌지우지할 이른바 ‘터줏대감’도 마땅히 없다. 여야 모두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생소한 인물들을 내세우기 일쑤지만 ‘낙하산’ 시비가 선거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10여 년간 치러진 선거 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7대 총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에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했고, 18대에선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어느 정당도 경인지역을 잃고서는 승리할 수 없었고, 이곳의 승패는 곧 전국의 선거 결과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됐다.

전국 최대인 52개 의석을 놓고 각축이 벌어지는 경기도는 단일화에 성공한 야권이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수원병과 성남 분당갑·을, 용인병, 김포, 이천 등 15곳 정도를, 민주통합당(야권 단일후보 포함)은 수원갑·정, 오산, 시흥을 등 20곳 안팎을 각각 우세지역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의 판세 분석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무려 20곳 안팎이 경합지역으로 남는다. 경인일보가 3월부터 실시해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중에서도 의왕-과천, 군포, 하남, 용인을, 수원을 등 10여 곳은 지지율 차가 5%포인트도 넘지 않는 초접전 지역으로 분류된다. 상대적으로 우세지역이 많은 야권이 앞서고 있다고는 하나,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인천도 쉽게 우열이 드러나지 않는다. 12개 의석을 놓고 새누리당이 중-동-옹진 등 6곳을, 민주당·통합진보당은 부평갑 등 5곳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하며 양쪽 모두 압승을 장담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남동갑·남동을은 여야가 함께 경합지역으로 꼽는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듯하더니, 곧이어 터져 나온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민심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나마 판세를 점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여론조사도 조사 시점과 기관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투표율과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막바지에 어떤 돌발 변수와 ‘바람’이 불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지극히 ‘뻔한’ 예측만 가능한 곳이 바로 경인지역인 셈이다.

배상록 경인일보 정치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