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 경전철 건설… 선심 쓰다 ‘쓴맛’

  • Array
  • 입력 2012년 4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 지자체 재정상태 빨간불


태백 오투리조트
태백 오투리조트
2010년 7월 경기 성남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했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약 5400억 원을 일시에 상환하기 어렵다”며 손을 들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선심성 사업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재정의 심각성을 일깨우는 사건이었다.

물론 연간 예산이 2조 원, 연간 가용 재원이 2500억 원에 이르는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에 대한 논란은 컸다. 그러나 54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단기간에 갚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 선심성 사업 남발이 재정 파탄 초래

성남시처럼 무리한 사회기반시설 건설이나 대규모 택지 개발을 위해 지방채를 과도하게 발행한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의욕적으로 경전철을 도입한 경기 용인시. 경전철은 운행 한 번 못했지만 용인시는 빚더미에 앉았다. 민자사업자와 오랜 갈등 끝에 올해부터 공사비 5159억 원을 연차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4420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정부에 승인 신청한 상태다. 올 예산 1조7000억 원의 용인시 부채 비율은 10.6%. 연차적으로 나눠 지방채를 발행하더라도 부채 비율의 급격한 상승은 불가피하다. 3월부터는 5급 이상 공무원 120여 명이 급여 인상분을 반납하는 등 자구책을 실시하지만 이렇게 마련한 돈은 연간 약 2억 원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는 2조4033억 원 적자다. 세입보다 세출이 많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선거로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치적 쌓기용’ 사업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본연의 임무를 제쳐두고 이를 방조했다.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도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예산 대비 세입과 보조금을 합한 비율인 재정자주도는 2007년 평균 67.4%에서 2011년 62.3%로 떨어졌다. 자치구는 65.2%(2007년)에서 55.5%(2011년)로 약 10%포인트나 떨어졌다.

○ 복지 늘면서 재정은 휘청


시흥 군자지구
시흥 군자지구
시군구가 겪는 재정위기의 원인은 광역지방자치단체와 다르다.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이 늘어나면서 지방비 부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영유아 보육비를 예로 들면 중앙과 지방이 50%씩 부담해야 한다. 재정 형편이 좋은 서울시는 80%를 부담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228개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 예산이 지난해 7조1062억 원으로 최근 9년 새 3.7배로 늘었다. 시군구로 갈수록 부담이 커진다. 지자체의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시는 21.1%, 군은 15.4%이지만 자치구는 43.5%까지 치솟는다.

고령 인구가 많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절반은 자체 수입으로는 소속 공무원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할 정도의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함평 곡성 구례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영광 완도 신안 등 11개 군은 지방세와 세외 수입을 합해 봐야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할 처지다. 함평군은 자체 수입이 170억3100만 원인 데 반해 인건비는 325억8900만 원에 달해 수입 대비 인건비 비율이 두 배에 가까운 191.4%였다.

○ 지방재정 파탄 막으려면

전문가들은 세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출을 줄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호화청사 신축이나 행사축제 경비 등 선심성 지출을 제한하고 시간외 근무수당의 편법 집행과 같은 부적절한 예산회계 처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성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산 편성 과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예산을 확정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사전예산제도를 도입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상반기에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현재 재정 상황이 열약한 지자체 4곳을 심층 심사한 뒤 교부금 삭감 등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지자체#재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