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9]“당권 쥔 NL계 ‘경기동부연합’ 세력유지 위해 李 사퇴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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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작’ 빗발친 비난에도 이정희 왜 버티나

이정희, 팟캐스트 방송 출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2일 오전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이정희, 팟캐스트 방송 출연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22일 오전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의 팟캐스트 방송인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해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제공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후보 사퇴를 고심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시민사회 원로들과 민주통합당의 후보 사퇴 압박에도 결국 후보 등록을 강행하기로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4시 반경 트위터에 “야권연대가 경선 불복으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빌미를 준 제 잘못이 큽니다. 잠들기 어려운 밤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거취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오전엔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야권연대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내 거취와 행동에 무엇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까지 열린 당 공동대표단 회의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사퇴 요구에 압박을 느끼며 힘들어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진 않았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와 이 대표의 회동이 성사돼 야권연대를 위해 사퇴가 필요하다고 제안하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당 후보 단일화를 중재했던 시민사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의 후보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하자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졌다. 하지만 오후 3시경 나온 통합진보당 우위영 대변인의 브리핑은 “이 대표가 23일 오전 후보 등록을 하기 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한다”는 것이었다. 통합진보당은 이어 23일 오후 1시 이 대표가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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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사퇴하지 못하는 건 자신이 속했던 경기동부연합 때문이다. 이 대표가 후보를 사퇴하면 그쪽 계파가 모두 죽어버린다”고 말했다. 이 계파가 세력 약화나 분열을 우려해 이 대표의 사퇴를 막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의 주류인 자주파(NL)의 핵심 정치계파를 가리킨다. 이 계파는 지난해 12월 통합진보당이 출범할 때 합류했던 진보 성향의 주요 3세력 가운데 가장 큰 덩치였던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장악했었다. 경기 성남 지역의 노동·학생 운동권 세력을 주축으로 구성돼 경기동부연합이라고 불렸다.

이들은 민노당 시절 당 지역위원장을 선출할 때 특정 지역에 조직원들을 위장 전입시키는 방법으로 자기 계파의 후보를 위원장으로 만드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계파 세력 확대에 전력을 다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는 말이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후보(순위 4번)로 확정된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성추행 전력에도 통합진보당이 야권 단일후보(경기 성남 중원)로 인준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으로 결국 사퇴한 윤원석 전 ‘민중의 소리’ 대표도 경기동부연합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정식 당직도 없는 소수가 이너서클을 형성해 당 의사결정에 개입한다. 당의 주요 메시지가 이들의 내부 조율을 거쳐 나온다”는 지적이 있다.

민노당에서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자주파와 비주류였던 평등파(PD)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2008년엔 결국 분당 사태로 이어졌다. 통합진보당의 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 대변인은 당시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자주파가 북한 공작원과 접촉해 당내 주요 인사들의 정보를 넘긴 ‘일심회’ 사건 관련자의 제명안을 거부한 게 발단이었다. 당시 평등파들은 민노당의 종북주의 청산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랬던 민노당과 진보신당 탈당파,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이 합쳐 만든 당이 통합진보당이다.

진보 정당의 오래된 계파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퇴 문제를 놓고 당권파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출신의 비주류 간 의견 차가 계파 간 논쟁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당의 비주류는 야권연대 성사와 당의 도덕성을 위해 이 대표가 사퇴해 털고 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당권파인 자주파는 이 대표의 후보 등록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이 싸늘한 데다 ‘사퇴 불가’의 명분이 궁색해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22일 밤 진보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후보 등록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전날 야권연대 성사를 명분으로 한 대표와의 회동을 언론을 통해 제안한 것에 대해 “한 대표에게 직접 회동을 요구하지 않았다. 한 대표는 아직 이 대표를 만날 생각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사퇴를 거부하는 이 대표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일 수도 있고,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대표와 한 발짝 거리를 두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4·11총선#민주통합당#이정희#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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