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포퓰리즘에 하향평준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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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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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개 경제 학회 모여 정치권 복지 공약 논의

한국경제학회 등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52개 경제 관련 학회가 참여한 학술대회에서 많은 경제 전문가가 정치권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적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하면 경제의 하향 평준화를 조장할 수 있는 만큼 복지를 늘려도 한정된 재원을 고려한 효율적 복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경제학회, 한국재정학회, 한국제도경제학회 등 52개 경제 관련 학회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에서 ‘201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여야 정치권의 포퓰리즘 복지공약과 미비한 복지재원 대책의 문제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복지공약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열리는 경제학 학술대회인 만큼 관심이 높았다.

제도경제학회 회장인 좌승희 서울대 겸임교수는 “역동적인 경제주체를 역차별하고 취약한 계층만 우대하는 정책들은 경제 활동의 동기부여를 차단하고 하향 평준화를 조장한다”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포퓰리즘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 교수는 “동기부여가 없는 복지제도는 복지 수혜자를 양산해 오히려 자립하려는 사람들도 실패하게 만들 수 있다”며 “복지 수혜자가 늘어 재정부담 확대로 이어지면 복지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는 “강력한 이념 정당이 정립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국민 복지 요구가 부각되면서 이념과 무관하게 복지 포퓰리즘만 증가하고 있다”며 “어떤 수준의 적정 복지를 지향하건, 이념과 무관하게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복지논쟁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외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금융부문에서도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수요의 급증으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공일 무역협회장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대중영합적인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 우려된다”며 “따기 쉬운 과일이 없어진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 외국이 먼저 당한 (경제위기) 부분을 우리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복지가 필요하더라도 좀 더 효율적 구조로 개편하고 이를 감당할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정학회 회장인 손원익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치권에서 복지정책을 내려면 복지 지원에 따른 국민부담을 이야기하고 동의를 얻어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며 “구체적인 재원 조달에 대한 파악조차 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지순 서울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5% 수준인 복지지출 규모를 앞으로 10여 년에 걸쳐 적어도 1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지출을 늘리되 수혜자의 자립의지를 해쳐서는 안 되고, 애쓰는 노력의 크기에 비례해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치권이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재정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복지 수요를 충족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재정 지출을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여야 정당이 경쟁적으로 복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최근의 변화는 대단히 고무적”이라며 “분배를 통한 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보편적 인식을 이제는 우리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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