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김정은 ‘아버지의 유산’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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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김정일의 사람들 중 누구를 먼저 숙청할까 [2]수십억 달러 해외 비자금 돈줄 틀어쥘까[3]아버지 호위부대 해산하고 새 부대 만들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인적 물적 ‘유산’들이 어떻게 정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을 보좌하던 원로그룹, 국내외 재산, 호위부대와 별장 등이 주요 관심사다.

○ 제일 먼저 정리될 인물은 누구?

‘혁명 선배에 대한 존경’을 중시하는 북한의 특성상 ‘묻지 마’식 고위층 물갈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지도부에 80세 이상의 고령 인사가 가득해 인적 쇄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들이 후계자 김정은의 측근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오극렬 이용무 국방위 부위원장을 퇴진 1순위로 꼽고 있다. 노동당 작전부장이었던 오극렬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김정일 유고 시 권력을 장악할 1순위 후보군에 꼽혔지만 이후 김정은에게 작전국의 해외 비자금 줄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버티다 눈 밖에 나 한직으로 밀려났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도 곧 권좌에서 내려올 인물로 꼽힌다.

김정일도 김일성 사망 후 간부를 대거 물갈이했다. 김정일은 1995년부터 우선 군부와 중앙당의 최고위 핵심 인물들을 퇴진시켰고 두 번째로 경제 및 보안기구, 세 번째로 지방의 도당 책임비서들을 바꾸었다.

북한은 고위급 간부를 숙청하면 그의 수족 역할을 했던 아래 간부 수십 명도 함께 숙청한다. 올해 초 류경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처형될 때 그의 부하 30여 명이 함께 처형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10월 김평해 평안북도 도당 책임비서가 중앙으로 소환된 뒤 평북의 주요 간부는 거의 모두 숙청됐다.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 해외 금고 열쇠는 누구 손에?

김정일은 국내외에 막대한 자산을 남기고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 담당처인 중앙당 38호, 39호실의 산하 무역회사만 100여 개에 이르며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에 막대한 비자금이 숨겨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오극렬의 해외 비자금 줄부터 빼앗아 오기 위해 애썼던 것을 보면 김정일은 죽는 순간까지 금고 열쇠를 김정은에게 넘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해외에 떠돌고 있는 장남 김정남의 역할. 한 북한 소식통은 “정남이 상당한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본 김정일이 급변사태에 직면할 경우 일가의 탈출구를 마련할 비밀임무를 김정남에게 맡겼다는 얘기다.

실제 김정남은 해외 곳곳에 수많은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의 사망으로 김정남이 그동안 자신이 관리하던 비자금을 고스란히 김정은에게 넘겨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김정일 호위부대는 해산될까

김정일의 호위부대와 별장도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김일성 사망 이후 아버지의 호위부대였던 1호위국을 해산했다. 그가 오래전부터 자신의 호위부대인 2호위국을 따로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독자적 호위부대를 갖고 있지 않다. 그가 고모부 장성택의 입김이 강한 2호위국을 계속 믿을지, 아니면 새로운 부대를 창설할지 주목된다.

별장의 경우도 비슷하다. 자기만의 별장을 많이 갖고 있던 김정일은 아버지의 별장을 이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에겐 전용별장이 없어 아버지 별장을 물려받을지, 아니면 자기 별장을 새로 건설할지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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