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 뜨거운 부산동구청장 재선거… 박근혜-친노 총력전

  • Array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11개 기초자치단체장 10·26 재·보궐선거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이다. ‘제2의 서울시장 선거’란 말도 나온다. 부산 경남(PK) 지역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 때 한나라당의 방패를 범야권의 창이 뚫을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전초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비리사태, 물가급등과 경기침체 등 각종 악재에다 대구 경북(TK) 지역과 비교한 상대적 소외감 등으로 PK 지역 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선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세운 한나라당과 친노(친노무현)를 앞세운 범야권의 총력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 박근혜 “반드시 이겨 달라”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 측은 선거 전략상 ‘한나라당’을 앞세우기보다 ‘일꾼론’과 ‘박근혜’를 앞세우고 있다. 정 후보가 부산 금정구·해운대구 부구청장, 부산시 정책기획실장을 지내는 등 행정 경험이 많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지만 그만큼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7일 정 후보를 국회에서 만나 “반드시 이겨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는 정 후보의 요청에 따라 함께 사진을 찍었으며 정 후보는 이 사진을 선거사무소 벽에 대형 액자에 넣어 내걸었다.

박 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다음 날인 14일 부산에 내려가 정 후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선거 막판에 한 번 정도 더 내려갈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표에게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야권 동남풍’을 막아야 하며, 서울시장보다 오히려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우호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는 부산 방문을 시작으로 이번 재·보선에서 ‘전국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준 부산시당위원장은 “박 전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형 유세를 하는 것보다 대형 재래시장 2곳 정도를 다니는 방안을 시당 차원에서 검토 중이며 유세 일정과 방식을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총선 때 공천 물갈이 여론과 함께 본선에서의 당선도 장담하기 어려운 ‘반(反)한나라’ 강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부산 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동 단위로 책임지고 지원하고 있으며 10일에도 모여 필승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부산 지역의 한 의원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내년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안 받겠다는 유력 예비후보들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 민주당 “일당체제 종식 신호탄”

부산 동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치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어서 민주당과 친노(노무현)그룹에는 ‘이겨야 할 지역’이란 상징성이 강하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는 야권단일 후보로 나선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가 당선됐고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는 45%라는 득표력을 과시했다.

야권 단일후보인 이해성 전 대통령홍보수석 캠프에는 부산 지역 친노 세력이 총집결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선거대책위원회 후원회장으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명예선대위원장으로 각각 포진해 있다.

문 이사장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히고 있어 문 이사장의 영향력이 얼마나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도 주목된다. 문 이사장은 6일 이 후보 선대위 구성 기자회견에 참석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제 당선으로 목표를 격상했다. 이 후보와 손잡고 구석구석을 누비며 유권자와 만나 지지를 부탁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라며 거리 지원 유세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 내년 4월 총선 때 부산진갑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김영춘 최고위원, 민주당적으로 재선을 기록한 조경태 의원이 상임 선대위원장을 맡고 각 야당 시당위원장과 시민단체 대표 등이 공동 위원장으로 나서 이 후보를 지원한다.

김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는 내년 총선에서 부산의 한나라당 일당체제를 종식시키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