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에 한나라당 집안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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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김영선 충돌..원희룡 "병 걸린 사람이 많아서..."
홍준표 "黨은 소인배고 자기만 대인배냐"

한나라당 내에서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 때문에 `집안 싸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의 8일 최고ㆍ중진연석회의에서 `안풍'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원희룡 최고위원과 친박(친박근혜)계 김영선 의원이 고성이 오가는 언쟁을 벌인 것이다.

원 최고위원은 "낡은 것으로 규정된 세력은 결코 새 세력을 이길 수 없고, 소인배 정치는 대인배의 감동 정치를 이길 수 없다"며 "지난 며칠간 한나라당의 많은 행태와 인식들이 낡은 정치, 소인배 정치, 외통수로 가고 있지 않느냐"며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국민은 자기 고통을 외면하고 성희롱한 국회의원 제명안을 문 닫고 부결시키면서 정치적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한나라당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며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 분노를 강남 좌파의 쇼라고 매도하는 한 한나라당은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도 어렵다고 본다"며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선 의원은 "당 개혁ㆍ발전을 촉구하는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말문을 열었지만, 곧바로 "많은 국회의원의 생각과 고뇌를 기득권과 잘못된 것으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독단적 의견이자 모독적 발언"이라며 원 최고위원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또 "안철수씨가 새로운 영역ㆍ지도자상을 만들어낸 것은 맞지만,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며 "고뇌하는 정치인들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에게 돌을 던지는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어떻게 감히 중진 의원이 그렇게 말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홍준표 대표는 "오늘은 됐다. 여기서 끝이다"며 "자기혁신은 중요하지만 자해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실상 김 의원의 손을 들며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남경필 최고위원이 "`안철수 신드롬'에서 배울 건 우리 모두에게 책임 있다는 것"이라고 원 최고위원을 거들자, 홍 대표는 "이것으로 마치겠다"며 이례적으로 비공개회의를 생략한 채 회의장을 나섰다.

격앙된 분위기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김 의원이 원 최고위원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다 같이 만들어가는 당인데 그렇게 하면..."이라고 말하자, 원 최고위원은 상기된 얼굴로 "정신 차리세요"라고 일침을 놓았다.

원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오면서 큰 소리로 "병 걸린 사람들이 많아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에서 말을 아낀 홍 대표는 경기도 김포 해병2사단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원 최고위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한나라당은 소인배고, 자기 혼자 대인배냐. 초선도 아니고 중진 의원이 말을 하더라도 정도껏 해야지..."라며 "3선까지 만들어준 한나라당을 `병든 사람이 많다'고 해서야 되겠느냐. 그러니까 김영선 의원이 발끈해서 얘기한 것"이라며 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에선 자성론과 함께 야권에 대한 경계심도 묻어나왔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안철수 개인이 무서운 게 아니라 안철수를 지지하는 민심, 안철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변화를 무섭다고 느끼고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윤성 의원은 "안철수 원장이 얘기하면 다 맞고, 우리가 얘기하면 믿기 어렵다는 현상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철수 돌풍'에 대해 "문재인, 한명숙씨가 같이 등장하는 것으로 봐 친노(친노무현) 세력들의 옛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식 작전 아닌가 생각한다"며 "다시 정권을 잡겠다는 친노 세력들의 움직임을 파악, 그 모습이 비치면 지금 같은 분위기와는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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