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가 패착으로…오세훈 앞날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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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되지 못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풍전등화(風前燈火.바람 앞에 켠 등불처럼 매우 위급한 경우에 놓여 있음)의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2000년 한나라당 부대변인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11년 만에 가장 엄혹한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 과정에서 던질 수 있는 카드를 다 던졌다.

차기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주민투표에서 실패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시장직을 걸겠다'는 기자회견장에선 눈물을 흘리고 무릎까지 꿇은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민심은 끝내 그를 외면했고 이제 시장직 사퇴와 내년 대선 불출마란 약속을 지키는 수순만이 남아 있다.

이처럼 모든 카드를 걸고 추진한 주민투표에서 패배함으로써 당분간 그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정인 한나라당과 청와대에서 사퇴 카드를 만류하는 목소리가 컸던 터라 더욱 그렇다.

오 시장은 이번 주민투표 패배로 '시장 오세훈'을 넘어 유력한 대권 후보로 도약할 수 있는 다시없을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는 초선 의원 시절이던 2003년 9월 당 연찬회를 전후해 '5,6공 인사 용퇴론'과 '60대 노장 퇴진론'을 내걸고 당내 인적 쇄신 운동에 나선 뒤, 2004년 17대 총선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비리로 얼룩졌던 당에 과감히 메스를 대면서 미련 없이 금배지를 포기한 '정치인 오세훈'을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결과적으로 그의 정치 인생을 바꾸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

이후 오 시장은 2006년 서울시장에 오르고 지난해 재선까지 하면서 여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潛龍)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주민투표를 기점으로 2004년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오 시장이 7년 만에 던진 '제2의 정치적 승부수'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권의 투표거부운동이 승리한 만큼 야권의 내년 총선과 대선의 핵심카드인 무상복지 정책에 힘이 더 실리게 되면서 여당 내부에서 오 시장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오 시장이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몸을 던져서까지 보수의 가치와 원칙을 지켜내려 했다는 이미지를 얻은 것은 큰 소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보수의 가치를 수호하는 '전사'로 각인되면서 장기적으로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함으로써 정치적 위상과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당장 그가 언제 물러날 지에 집중되고 있다.

시장직을 9월 말 이전에 사퇴하면 10월26일에, 10월 이후에 사퇴하면 내년 총선과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재선 서울시장인 오세훈의 정치적 운명보다는 그가 언제 물러나고, 다음 서울시장 선거가 어떻게 치러져 내년 총선과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쏠리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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