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차포격 20여분 뒤에 南 첫 ‘경고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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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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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軍 ‘先조치 後보고’ 이번에도 없었다

북한군이 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향해 두 차례에 걸쳐 기습 포격을 감행했지만 군 당국이 약속했던 ‘즉각 대응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8월 서해 NLL 이남 해안포 도발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이 다시 NLL 이남으로 포 사격을 할 경우 경고방송 후 즉각 대응사격을 하도록 교전수칙을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초기 대응은 즉각 대응 방침을 무색하게 했다.

북한군이 황해남도 용매도 인근 NLL을 향해 해안포 3발을 발사한 시간은 이날 오후 1시경. 같은 시간 연평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와 음향표적탐지장비는 북한이 쏜 포탄의 궤적과 음향을 분석해 탄착지점과 발사지점 추적에 들어갔다.

곧이어 북한이 쏜 포탄 가운데 1발이 NLL 이남 해상에 떨어졌다는 판독 결과가 나왔지만 군 당국의 사후조치는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라’는 즉각 대응과는 거리가 멀었다. 군은 북한이 사격을 감행한 지 20여 분이 지난 오후 1시 25분경에야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해 대북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한국군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새 교전수칙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북한을 향해 즉각 대응사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로 NLL 북쪽 해상을 향해 대응사격이 이뤄진 것은 그로부터 30여 분이 지난 오후 2시경. 북한이 해안포 도발을 감행한 지 1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쏜 포탄이 아군 함정 근처에 떨어지는 등 직접적인 위협이 됐다면 즉각 조치했겠지만 NLL까지만 왔기 때문에 우리도 NLL 쪽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평도 도발 때처럼 한국 영토에 급박하고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즉각 조치’할 필요가 없었고 사후 대응 절차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오후 7시 46분 또다시 NLL 해상을 향해 해안포 사격을 감행했을 때는 군 당국은 16분 만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원칙대로 즉각 대응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도 군이 초기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연평도에서 불과 8km 떨어진 NLL을 겨냥해 도발을 감행했다는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9개월 전 북한의 무차별 기습 포격을 당한 교훈을 군 수뇌부가 망각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정부 차원에서 군이 공언한 ‘선(先)조치, 후(後)보고’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도발이 서해5도 방어를 위해 올해 6월 창설된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의 대비태세를 떠보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소식통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증강 배치된 신형 대북 감시장비의 성능과 우리 군의 ‘반응 속도’를 테스트하려는 의도가 짙다”고 말했다.

북한이 또 다른 모종의 기습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16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기간에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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