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호남 포기론’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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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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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때 호남지지율 32%… 실제투표론 연결 안돼”“박근혜 누구보다 공들여… 과거같은 표쏠림 없을것”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충청과 호남 출신 인사에게 배정해온 지명직 최고위원의 지역안배 관행을 깨겠다고 나서자 한나라당이 들썩이고 있다. 홍 대표의 ‘충청 집중, 호남 포기’ 전략이 과연 유용한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가장 반발하는 쪽은 친박(친박근혜) 진영이다. 내년 대선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표다. ‘호남 포비아(공포)’를 깨야 한다는 쪽과 아예 포기하자는 쪽은 어떤 주장을 펼까.

○ “호남의 현실을 봐야”

호남 포기론은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07년 초 그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40%를 웃돌았다. 특히 호남에서도 당시 여권후보들을 압도했다. 그해 1월 30일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KRC)에 의뢰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를 보면 호남 지역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32.3%에 달했다. 정동영 현 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실제 대선 투표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이 대통령은 광주, 전남·북을 통틀어 한 자릿수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에 정 최고위원은 78∼81%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현재 다른 대선 후보들을 월등히 앞서고 있는 박 전 대표는 호남에서도 20%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18.1%의 지지를 얻어 호남에서도 1등을 차지했다. 실제 선거에서도 이 정도의 지지를 받는다면 전체 대선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호남 포기론을 주장하는 당내 인사들은 여야 후보가 일대일 구도가 되면 결국 지난 대선 때처럼 호남에서는 야당 후보에게 표가 쏠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반론 만만찮아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노무현 학습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호남은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원지였지만 참여정부 당시 기대만큼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호남 출신 인사가 출마하지 않는 이상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호남에서는 이미 내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했고, 그 정권을 연장한 만큼 목표를 모두 이뤘다는 정서가 있다”며 “과거처럼 표 쏠림 현상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도 큰 기대를 건다. 지난해 출간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는 “박 전 대표가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한다’고 했다. 그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박정희가 환생해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는 대목이 있다.

박 전 대표 자신도 누구보다 호남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당 대표 시절 의원 연찬회를 전남 구례에서 여는가 하면 의원들을 이끌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호남에서 표를 더 받고, 덜 받고를 떠나 ‘호남 포기론’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기본과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그 폐해는 곳곳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호남 포기론은 호남에서만 표를 얻지 못하는 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호남 표를 잃는 등 파급효과가 전국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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