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13>강운태 광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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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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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벨트, 法어기고 불공정 선정… 재심사 이뤄지게 감사 청구할 것”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대통령이 알고 계셨다면 결코 그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본원을 비롯한 핵심시설 유치에 다걸기(올인)했다가 분루(憤淚)를 삼켰던 강운태 광주시장(사진)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서운함이 남아 있다.

“공정한 평가라면 광주가 유리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강 시장은 5월 16일 충청권으로 확정 발표가 나자 “도둑맞은 과학벨트를 되찾아 오겠다. 안 되면 다음 정부에서라도 바로잡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시는 5월 25일 정부를 상대로 과학벨트 재심사를 청구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과학벨트 유치에 나서지 않았나.

“물론이다.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발전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였다. 광주는 최적의 요건을 갖췄는데 법적 절차가 무시된 채 결정이 이뤄졌다. 마땅히 취소돼야 하고 재심사도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불공정했다는 것인가.

“과학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거점지구’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기준 중 하나로 ‘지반의 안정성’을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채점에서는 이 기준이 제외됐다. 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용지 확보의 용이성’ 기준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국방부의 협조를 받아 군 훈련장 용지 100만 평(330만5785m²)을 평당 1만2000원에 싸게 매입해 후보지로 내놓겠다고 했는데 평가대상에서 빠졌다. 그 대신 평당 60만∼70만 원 가는 첨단3지구 용지만 평가했다. 대단히 의도적인 불공정 심사였다.”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까지 끌고가겠다는 것인가.

“이 문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행정정보공개와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관련 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다. 감사원에 감사도 청구하겠다. 편파적인 과학벨트 관련 예산 배분도 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 1등(충청권)에 2조3000억 원, 2등(영남권)에 1조5000억 원이 배정되는데 2등에 불과 0.4점 뒤져 3등을 한 광주 몫은 고작 6000억 원이다. 전체 예산 5조2000억 원 가운데 미배정된 8000억 원 중 상당 부분이 광주에 배정돼야 한다.”

―600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 않나.

“물론 우리가 제안한 ‘광주∼대구∼대전 삼각벨트안’이 현실화된 것을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광주권 5개 연구단에 4000억 원, 캠퍼스 조성에 2000억 원이 투입되는데 이는 사실상 분원(分院)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0년간 광주가 미래전략산업인 광(光)산업으로 국비 4300억 원을 배정받은 것보다 큰 액수다.”

―결국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한다는 주장인데….

“현 정부 들어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과학벨트 등 대형 국책사업 입지 선정 과정에서 호남이 소외되지 않았나. ‘5+2광역 경제권’을 선정하면서도 2개 권역으로 나눠 지원을 받는 영남과 달리 호남은 단일 권역으로 묶이는 불이익을 받았다. 한 술 더 떠 호남권 ‘선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태양광 풍력발전과 발광다이오드(LED) 사업, 자동차 클린디젤엔진 사업을 다른 지역에도 예산을 쪼개준 것은 정말 화나는 일이다.

―민주당과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야당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을 견제 및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학벨트 문제를 충청권 시각으로만 바라본 것은 잘못됐다. 당 일각에선 ‘호남 양보론’까지 나왔는데 이는 ‘집안 표’라고 호남을 경시한 처사다. 당에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손학규 대표와 소통이 안 된다는 말도 있다.

“손 대표는 (1997년 김영삼 대통령 정부 때) 장관으로 같이 일했고 대학(서울대 정치학과 65학번) 선배이기도 하다. 밥도 자주 함께 먹던 사이다. 지금도 공식 비공식 채널을 통해 충분히 대화하고 있다. 소통의 문제는 전혀 없다.”

―지역 관심사인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보도됐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지상고가(地上高架) 경전철 방식은 반대한다’고 한 것이 ‘전면 백지화’로 와전된 것이다. 물론 시민의 행복권만 생각한다면 지하철보다 버스가 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까지 잘 나왔으니 이제 기본계획 변경 승인을 거쳐 잘 추진돼야 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2015년 여름유니버시아드 일정을 감안해 건설 시기를 결정하겠다. 노선은 수완지구 등 신도시와 구도심을 연결하는 개념의 기존 안을 존중하겠다.”

―8월 영국에서 광주를 알리는 ‘자스민 광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영국을 방문했을 때 에든버러 시장이 ‘에든버러 축제’에 초청했다. 거기에 최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초연(初演)된 ‘자스민 광주’를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시각으로 보면 식상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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