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12>김관용 경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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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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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화는 큰 문제지만 ‘안되면 수도권 탓’ 안주한 면도”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과거 경북이 잘나가던 시절만 그리워하고 안주해서는 안 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사진)는 민선 5기 1년을 맞아 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돈과 사람, 권한이 서울에 몰리는 수도권 집중화라는 구조적인 큰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렇다고 습관처럼 ‘안 되면 수도권 탓’으로 돌리는 것도 지혜롭지 못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지사는 “최근 1년은 지방자치제를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며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형식만 자치이지 실질적으로는 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해서는 “머지않아 풍성한 결실이 이 사업의 성과를 증명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시 단식투쟁까지 했다.

“도지사가 단식하는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오죽했으면 그렇게 했겠나. 결과적으로 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억울한 면이 있다. 어떻게 광역지자체인 대전시와 기초지자체인 포항시를 (단순) 비교해 평가할 수 있나. 포항이 아무리 입지여건이 낫다고 하더라도 광역단체와 단순 비교해서는 절대로 안 될 사안이었다.”

―과학벨트 유치 실패가 정치논리 때문이라고 보는가.

“그렇다. 포항에는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연구소이자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프랑크 한국연구소가 입주한다. 포항의 입지여건이 우수하다는 것을 웅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라의 백년대계는 팽개치고 ‘형님 벨트’라고 매도하는 것은 정말 치졸한 정치공세다. 막스프랑크연구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 포항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치판에 뒤섞이면서 균형을 잃어버렸다.”

―지방자치가 지역이기주의로 흐른다는 지적이 있다.

“공감하고 반성한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큰 교훈을 던졌다. 영남권에 인천공항과 경쟁할 수 있는 허브형 국제공항은 꼭 필요하다. 이 점은 수도권에서도 귀 기울여주면 좋겠다. 하지만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가 후보지 단일화도 못하고 극단적으로 쪼개져버린 책임은 영남권 지자체에 있다. 이를 반성하지 않으면 재추진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 선정 과정에서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하다.

“지난 정부 때부터 지역 간 유치경쟁을 통해 국책사업을 선정하는 일이 많아졌다. 공모방식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지역끼리 완전히 등을 돌릴 정도로 큰 갈등이 생기는 게 결정적인 단점이다. 정부가 골치 아프니까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긴다고 볼 수도 있다. 정부가 상황을 이끌어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일방적 선정이 아니라 탈락 지역에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뒤에 숨지 말고 합리적인 결정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재임 1년에 대한 자기반성은….

“수도권 집중화는 한국의 구조적인 큰 문제다.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되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쌓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자체가 그런 노력보다는 적당히 안주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경북만 해도 과거 잘나가던 시절만 그리워하며 안주했고 그러다 보니 위기의식도 부족했다.”

―대구와 경북 통합 등 행정구역 통합 주장이 제기된다.

“상황에 맞지 않고 불필요한 갈등만 불거질 수 있다. 통합이 능사가 아니다. 현 제도 속에서도 얼마든지 통합 이상의 협력을 해나갈 수 있다. 현행 지방자치제가 명실상부하게 추진되도록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경북도청 이전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

―아직도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다.

“이 사업의 첫 단추는 경북도가 추진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다. 강이고 산이고 그냥 놔두면 모든 게 잘될 것처럼 느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큰일을 하면서 자잘한 문제에 매몰돼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지천 지류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경북은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포스트 낙동강’ 그림을 이미 마련했다.”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출발점을 만드는 데 경북이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수도권이라고 여건이 다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100m를 뛰는데 한쪽(수도권)은 이미 70m를 앞서 달리고 있고 한쪽(지방)은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 이런 구조를 제발 이해해 달라. 새로운 지방시대는 나라 전체를 생각하자는 것이지 특정 지역만을 위한 이기주의가 아니다.”

김 지사는 인터뷰 내내 “각 지방이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지자체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필요하다”며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 필요한 권한은 정부가 과감하게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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