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崔지경 ‘위원회 임무 한정’ 발언 정면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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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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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위가 지경부 하청업체냐”

“동반성장위원회는 지식경제부의 하청업체가 아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사진)이 7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동반성장위 전체 회의에서 작심한 듯 정부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정 위원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위원회가 할 일을 주무 부처로부터 위탁받은 몇 가지 일, 그나마도 보조적이고 실무적인 역할로 한정하려는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경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앞서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반성장위는 동반성장지수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 것이냐, 적합업종을 어떻게 선정할 것이냐로 임무가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초과이익공유제 등 동반성장위가 의욕적으로 내놓은 정책 대안들이 지경부와 대기업의 견제로 힘을 잃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 위원장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로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이날 “초과이익공유제가 현실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일부에서 동반위의 틀을 정해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고 선을 긋는데 왜 정부가 나서서 선을 긋느냐”고 비판했다. 또 “동반성장위 일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정부가 맡으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 일각에선 지경부는 물론이고 우군으로 믿었던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초과이익공유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반응이 흘러나오자 정 위원장이 강하게 대응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중기 적합품목과 관련해 동반성장위가 당초 대기업의 자발적인 사업 이양을 유도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퇴출 불가론’으로 기울어지면서 중소기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최 장관은 “이미 진출한 대기업더러 시장에서 나가라고 할 순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동반성장위는 중기 적합품목 가이드라인에서 논란을 빚었던 대기업 범위를 ‘공정거래법상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규정하는 한편 다음 달 말까지 주요 품목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치는 등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풀무원과 대상 등 근로자 수 300∼1000명의 중견기업이 적합품목 제재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호 출자제한 대상 기업은 총 1571개다.

곽수근 동반성장위 실무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중기기본법을 적용하면 대상 대기업 수가 너무 많아 잘못하면 업종 전반에 대·중소기업 간 갈등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다만 공정거래법으로 대기업을 한정할 경우 다양한 이해갈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개 발언에 앞서 배포된 동반성장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금껏 접수된 230개 중소기업 적합품목 가운데 41%(95개)는 현재 대기업이 아예 진출하지 않은 품목인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 중소기업 단체가 대기업의 진출을 미리 막기 위해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품목까지 신청한 것이다. 이에 동반성장위는 적합품목 신청 기간을 정해 한꺼번에 받는 기존 방식을 ‘연중 수시접수’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참여로 논란이 됐던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부문에 대해선 적합품목 대상으로 선정하기보다 실무위를 구성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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