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아쉽습니다/취임 1년 민선5기 광역단체장 릴레이 인터뷰]<11>박맹우 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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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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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물에 잠겨 훼손 가속… 정부 식수대책 없어 댐수위 못낮춰”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2002년 7월 울산시장에 처음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노력했지만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습니다. 이게 가장 아쉽습니다.”

박맹우 울산시장(59·사진)은 민선 5기 출범 1주년을 맞아 7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암각화 보존 문제와 관련해 안타까움과 허탈감,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울산에 맑은 물을 언제까지 공급하겠다’는 확실한 약속만 해줘도 암각화 보호를 위한 수위 조절 공사를 할 수 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이 암각화는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하류에 건설된 사연댐 때문에 1년에 8개월 이상 침수돼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박 시장은 6일 오후 반구대 암각화에서 국회 정갑윤 예결위원장 주재로 열린 각 부처 차관급 대책회의에도 참석해 “울산시민의 식수문제를 해결하면서 암각화도 보존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수위부터 낮추라”고 요구해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현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한 ‘4년 풀 임기 3선’인 박 시장은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시장 임기를 끝까지 채운 뒤 울산과 나라 전체를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해법은….

“울산시는 서울대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가 2003년 7월 제시한 3가지 보존 방안 가운데 유로(流路) 변경안을 최적이라고 판단했다. 적은 비용으로 문화재를 물에서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주변 경관 훼손’을 들어 거부했다. 그 대신 사연댐 수위를 현재 60m에서 52m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울산은 하루에 13만 t의 식수가 부족해진다. 어느 시장이 식수대책 없이 수위를 낮추는 데 동의하겠는가. 정부와 울산시가 올 4월 합의한 대로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과 암각화 보존대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과학벨트 유치 등에 울산시가 목소리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해 건의문 발표와 토론회, 서명운동을 펼쳤다.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되고 과학벨트 거점·기능지구가 대전·충청권으로 결정돼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과학벨트는 울산과 대구, 포항의 3개 특성화대학에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국책사업 결정에 지역 간 과당경쟁과 심각한 갈등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선진 행정을 정착시켜야 한다. (지역에) 유리한 것만 받고 불리한 것은 거부하는 관행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하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나.

“국가가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치산치수(治山治水)다. 4대강 사업이 바로 치산치수다. 부족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수질을 깨끗하게 하고, 재해를 예방하고 환경을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이다. 반대론자들에게 묻고 싶다. 오염으로 썩어가는 4대강을 그냥 두란 말인가. 토사가 쌓여 아까운 수자원이 바다로 흘러가는데도 그냥 두란 말인가. 4대강 개발은 번영된 한국의 백년대계를 위한 소중하고도 절실한 사업이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나 울산의 브랜드가 된 울산 태화강이 4대강 사업의 모델이다.”

―민주노동당 출신이 구청장으로 당선된 울산 북구와 동구가 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거나 추진 중이다. 울산시 방침과는 상반되는데….

“민노당 소속 구청장이 서민 보호라는 이름으로 실정법을 짓밟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리한 복지정책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구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울산 발전이라는 큰 목표와 시민 행복이라는 큰 가치를 위해 구군과 공감하면서 협조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

―고(高)유황유 연료 사용 허용 등 일련의 친기업적 행정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 반발하고 있는데….

“울산은 기업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소신으로 기업하기 좋은 울산을 만들어 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조사 결과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고 저유황유(황 함유량 0.3% 이하)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방지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고유황유(〃 0.5% 이상)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대기환경에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황유 연료 사용 허용이 오히려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울산의 미래 비전은….

“행정적, 정치적 총괄수도가 서울이라면 울산은 한국 근대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산업수도다. 지금도 경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이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한국의 선진화를 견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항을 동북아 석유물류의 중심지인 ‘오일허브’로 만들고 2차 전지산업을 자동차, 선박, 석유화학에 이어 울산의 제4주력업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울산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계에 우뚝한 산업 문화 환경 복지도시가 될 것이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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