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총선 불출마” 선언 속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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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책임론 덮고 이슈선점? 기득권 포기로 도약발판 마련?

한나라당 원희룡 전 사무총장이 20일 당 대표 출사표를 내밀면서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여의도 정치권에선 ‘불출마의 정치학’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불출마 선언은 뭔가 정치적으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 종종 사용되던 방식이기 때문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선거운동 기간 중 자신의 노인폄훼 발언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하자 선거 막판 단식투쟁과 함께 공천장을 반납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하려 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간 공천 분란이 거세지자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해 사태 수습에 나선 적도 있다. 원 전 총장도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명분을 제시했으나 전임 지도부의 ‘4·27 재·보선 패배 책임론’이 일자 상황 반전과 이슈 선점을 위해 불출마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장에 관심 많은 원 전 총장이 ‘오세훈 모델’을 참고했다는 해석도 있다. 오 서울시장도 16대 의원 시절인 2004년 이른바 ‘오세훈 법’으로 불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주도한 뒤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2006년 서울시장에 도전해 당선됐다.

원 전 총장의 총선 불출마 카드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오 시장은 비교적 성공한 케이스지만 강재섭 전 대표는 오랫동안 정치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지난 4·27 재·보선에 어렵게 공천을 받아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고배를 들었다. 한편에선 과감한 결단이라며 지지의 뜻을 보내고 있지만 다른 편에선 정치적 쇼로 깎아내리는 시선도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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