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민항기에 K2소총 경고사격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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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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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추가도발 대비하다 오인… “민항기 식별교육 부족” 지적도

해병대 초병들이 민간 여객기를 북한 전투기로 오인해 소총 사격을 가한 사고가 일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북한의 무력도발 이후 남북 간 초긴장 상태가 계속되면서 일어난 ‘돌발사고’로 보고 있지만 최근 오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칫 대형 민간인 사망사건이나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교육 및 훈련 부실 논란


17일 오전 4시 인천 강화군 교동도 남쪽 해안에서 경계를 서던 해병대 2사단 소속 대공감시 초병들이 K-2 소총으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를 향해 경고사격을 가했다. 초병들은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나자 소총 99발을 발사했다고 해병대 측은 19일 설명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확인 결과 민항기가 항로를 이탈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트기 전 해무가 짙게 낀 상황에서 초병들이 항로범위 안에서 최대한 북쪽으로 비행하는 여객기를 북한 공군기로 잘못 본 것 같다”고 해명했다. 교동도 남쪽 초소의 서쪽은 북한의 연백평야 지역으로 당시 기상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초병들은 매뉴얼대로 ‘경고사격’을 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객기는 당시 K-2 소총의 최대 사거리(3.3km)를 훨씬 벗어난 13km 상공을 날고 있었다. 당시 여객기 승무원과 승객 등 119명도 이를 전혀 모른 채 정상 운항했다. 그러나 민항기가 초소 가까이 있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평소 임무가 대공감시인 초병들에게 민항기 식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안에서는 해무가 자주 발생해 초병들이 육안이나 쌍안경만으로 비행체 식별이 어려운 만큼 별도의 장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국토해양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으나 사고 직후 군 당국에 “장병에 대한 식별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구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초병들이 소속 부대와 합참에 상황을 전파하고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를 통해 항공기의 정체를 파악하기까지는 25분이 걸렸다. 북한 전투기가 침입했을 경우에도 25분이 걸려 확인될 때까지 경고사격 외엔 조치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오발사고 재발대책 마련 없어


이런 오발사고는 최근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하지만 관련자 징계나 재발 방지책 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월 15일 경기 연천군 최전방초소(GP)에서 훈련을 하던 병사가 K-6 기관총(12.7mm) 3발을 북측으로 발사했다. 이날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99번째 생일(일명 태양절)이었다. 남측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삐라)을 보냈고 북한은 ‘격파사격’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이 사실은 북측이 22일 대남 통지문에서 “남측이 기관총을 마구 쏘아댔다”고 주장하면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8일에는 육군 1사단 포병부대에서 155mm 포탄 1발이 훈련 중 오발로 경기 파주시 대성동 인근 비무장지대(DMZ) 야산에 떨어졌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이 포탄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면 북한이 선제공격으로 오인해 큰 군사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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