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막차타자” 법원장-검사 6, 7명 줄사표에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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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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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법무부 “금지법 시행전 사표수리 불가”

대법원과 법무부가 이른바 ‘전관예우 금지법’(개정 변호사법)의 시행 전 판검사의 사표 수리 불가 방침을 정하고 일부 판검사들이 이 법의 적용을 피해 서둘러 퇴직하려는 움직임을 봉쇄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사법 불신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편법이나 마찬가지인 ‘무더기 조기 퇴직’을 방치할 경우 전관예우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 탓이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이 같은 조치로 다음 주 중으로 임박한 개정 변호사법 시행을 앞두고 일고 있던 판검사들의 ‘퇴직 러시’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 “법 시행 전 퇴직 불가”

일부 법원장들은 최근 들어 개정 변호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거취 문제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이동명 의정부지법원장(사법시험 20회)이 9일 대법원에 사직서를 냈고, 앞서 군 사법조직의 수장인 조동양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임기 5개월여를 앞두고 사퇴했다. 그는 퇴직하며 “변호사법 개정안의 시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달 31일 정년퇴임하는 이홍훈 대법관의 후임으로 박병대 대전지법원장(사시 21회)을 임명 제청했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현재 전국의 고·지법원장은 사시 18∼21회가 다수 포진돼 있어 박 후보자보다 선배인 법관들이 법복을 벗을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조기퇴직 분위기는 급속히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이 전관예우를 누리기 위해 퇴직하는 법관들을 방치한다는 인상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여론을 감안한 일부 법원장들도 괜한 오해를 피하고 퇴직하지 않겠다는 뜻을 잇달아 밝혔다. 구욱서 서울고법원장(사시 18회)은 이날 “전관예우를 받으려고 사직한다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며 “변호사법 개정안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퇴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가 탈락하면서 퇴직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사시 19회)도 같은 뜻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9일 이 법원장을 면담하면서 “변호사법 개정안의 시행이 임박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사퇴를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이 법원장도 “외부 환경에 연연하기보다는 법원의 안정을 위해 힘쓰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 근무했더라도 서울에서 개업하는 경우가 많은 검찰 간부들은 법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일부 부장검사와 평검사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서울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이미 사직서를 냈고, 서울중앙지검의 모 검사는 자신이 맡은 사건을 기소하기도 전에 서둘러 사표를 내는 등 이미 6, 7명이 법무부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비판 여론이 일고 대법원이 먼저 ‘법 시행 전 사표 수리 불가’ 방침을 밝히자 법무부도 이날 오후 서둘러 같은 방침을 내놓았다.

○ 판검사 출신 변호사 몸값 떨어질 듯

변호사법 개정안은 한 지역에서 계속 근무한 이른바 향판(鄕判)이나 지방에서 붙박이로 오래 근무한 검사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이 근무한 법원이나 검찰 사건을 맡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최근 사직을 결심하고 있던 지방 근무 판검사들 사이에서는 “사표도 마음대로 내지 못하게 하느냐”는 불만도 흘러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퇴직한 전관 변호사들과 대형 로펌들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현직 판검사들의 개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이미 개업해 활동하고 있는 전관 변호사들에 대한 기존의 전관예우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전관예우 금지법에 따라 법관 출신 변호사의 몸값이 떨어지면서 이들을 영입하는 데에 거액의 연봉을 제시해 왔던 대형 로펌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퇴직한 ‘전관 변호사’들의 연봉은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틈새’가 생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 사건을 직접 맡지 않고도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거나 선임계를 내지 않고 자문만 해줄 수도 있다”며 “이렇게 사건을 직접 맡지 않고도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은 많기 때문에 전관예우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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