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MB “남 탓 하는 정치인 성공하는것 못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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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靑책임론 우회 경고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정치 하는 사람들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 성공하는 것 못 봤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 창업보육센터에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청년 창업을 독려하며 “실패했을 때, 힘들 때 자기 탓을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며 꺼낸 말이지만 경제 관련 회의에서 정치인 얘기를 꺼낸 것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전날 한나라당에서 4·27 재·보궐선거 패배를 놓고 “레임덕은 오늘부터 시작됐다. 대통령도 바뀌어야 한다. 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김형오 전 국회의장),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당이 그대로 따라 하던 호루라기 정치를 끝내야 한다”(김성식 의원),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40∼50%가 재·보선을 통해 허구라는 게 밝혀졌다”(권영진 의원) 등 청와대와 자신을 향해 각을 세운 데 대한 우회적 경고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이후엔 한나라당→청와대→내각의 순서로 여권 개편이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그때와 달리 이번엔 ‘선(先) 개각, 후(後) 청와대 개편’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이르면 주초 5, 6개 부처 안팎의 중폭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개각의 콘셉트는 ‘장수 장관’들을 내보내고 남은 임기를 함께할 새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핵심은 ‘경제 진용 개편’이다. 기획재정, 국토해양, 농림수산식품, 환경 장관의 교체가 유력시된다. 통일 장관도 교체 검토 대상이다. 일각에선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설도 나오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일단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관련해 벌써부터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교체 여부 및 후임을 둘러싼 여권 내부의 암투가 본격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류우익 주중대사,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백용호 정책실장 등이 대통령실장 후임자로 거명된다. 또 이 대통령이 전날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5월 중 나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청와대 개편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출마 경험이 없으면서 지역구를 새로 맡아야 하는 사람은 미리 나가 국민과 소통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차원의 얘기”라고 했다. 임 실장은 최근 총선 출마 예상자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총선에 출마할 사람을 내보내고 청와대에 남을 사람 중심으로 진용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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