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후폭풍]4·27 결과로 본 5가지 민심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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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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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텃밭실종 [2] 野道강원 [3] 3040파워 [4] 잡음필패 [5] 單風위력

《4·27 재·보궐선거로 민심의 준엄함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텃밭’에 안주해 ‘집토끼’나 키우려는 안이한 정당에 보내는 ‘레드카드’였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5가지 특징을 열쇠말(키워드)로 짚어봤다.》

1 경기 성남 분당을과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가 ‘경악과 충격’으로 묘사되는 것은 한나라당과 야권이 각각 자신의 ‘안방’을 내줬기 때문이다. 분당을 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정자1동을 뺀 나머지 7개 동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를 모두 이겼다. 특히 정자2동에서 손 대표의 득표율은 58.0%였다. 한나라당이 2008년 대선(54.1%)과 지난해 광역단체장 선거(50.1%)에서 올린 득표율보다도 더 높았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김해을 보선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 역시 이 지역 8개 읍면동 중 5곳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꺾었다. 김 의원의 승부처는 장유면이었다. 김해을 유권자의 39.8%가 거주하는 이 지역은 창원공단 근로자가 많아 진보 성향이 강하다. 이곳에서 김 의원이 이 후보를 2%포인트 차로 앞섬으로써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의 승리는 지지하는 정당이 공천하면 무조건 찍어주는 ‘묻지 마 투표’의 시대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강원도지사 보선 결과는 한나라당에 뼈아팠다. 강원도에서의 패배는 내년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나라의 동쪽은 여당을, 서쪽은 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데 그 한 축이 무너진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접경지역과 영동지역의 민심이 요동쳤다.

인제 화천 양구 철원 등 북한과 맞닿아 있는 4곳에서 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는 2만5235표를 얻어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2만4708표)보다 527표를 더 얻었다. 지난해 7·28 국회의원 보선 당시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63.1%, 민주당이 29.9%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영동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7개 시군에서 엄 후보는 최 지사보다 3313표를 더 얻었지만 동해 속초 양양에서는 최 지사에게 졌다. 결국 영동지역에서 선전한 최 지사가 춘천과 원주에서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3 한나라당은 이번에도 ‘투표율의 공포’를 떨쳐내지 못했다. 분당을 선거의 투표율은 49.1%로 2008년 총선 때(45.2%)보다 높았다. 강원도지사 선거의 투표율도 47.5%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7·28 재·보선에서 투표율이 높은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다며 ‘보수층의 결집’을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당시와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 추이가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은평을 국회의원 보선의 경우 투표 당일 퇴근시간대 투표율이 오후 6시 34.2%에서 오후 8시 40.5%로 6.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이번 분당을에서는 오후 6시 40.0%였던 투표율이 2시간 만에 49.1%로 9.1%포인트나 뛰었다.

김해을 역시 퇴근시간 2시간 동안 투표율이 8.8%포인트 올랐다. 이 시간 동안 분당을 1만5000여 명, 김해을 1만8600여 명이 투표장을 찾았다. 30, 40대 넥타이 부대가 대거 ‘퇴근길 투표’에 나서면서 역전 드라마는 완성됐다.

4 안방을 내준 강재섭 전 대표와 이봉수 후보의 공통점은 모두 공천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는 점이다.

강 전 대표는 출마에 앞서 이재오 특임장관과 홍준표 최고위원 등 정치적 악연이 있는 여권 인사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았다. 한나라당은 손 대표의 승부수에 밀려 강 전 대표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공천했지만 이미 내홍이 깊었다. 더욱이 돌고 돌아 ‘임태희 카드’를 떠올릴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의 이탈을 자초했다.

이 후보 역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벼랑 끝 전술’로 맞서면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친노 진영으로부터도 비난을 받는 상황을 맞았다. 유 대표는 시민사회단체가 제시한 ‘국민참여경선 50%+여론조사 50%’의 중재안을 거부하고 ‘여론조사 100%’를 관철시켰지만 본선에서 패배해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재·보선은 공천이 아닌 사사로운 감정과 계산이 앞선 사천(私薦)은 필패한다는 교훈을 정치권에 남겼다.

5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처음으로 민주당의 ‘안방’인 호남에 깃발을 꽂았다.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선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6명을 제치고 36.2%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야권 단일후보’라는 타이틀이 붙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처음 이뤄진 것은 지난해 6·2지방선거 때다. 야권은 당시 광역단체장 선거 16곳 중 9곳에서 단일화를 이뤄 5곳에서 승리했다.

‘단풍(單風)’의 위력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확인되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이제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 선거 전략이 됐다. 반대로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단일화 바람을 어떻게 막아낼지 묘책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는 “앞으로 모든 선거가 45 대 45의 싸움으로 치러질 것이다. 나머지 10을 누가 끌어 들이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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