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資法 기습처리 후폭풍]행안위 ‘政資法처리’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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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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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 + 보안 + 신속… “기습 군사작전 같았다”

행안위원장과 여야 간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청목회 후원금 면죄부 법안’을 처리한 주역인 한나라당 간사 김정권 의원과 안경률 행안위원장, 민주당 간사 백원우 의원(왼쪽부터). 이들이 지난해 8월 25일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행안위원장과 여야 간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청목회 후원금 면죄부 법안’을 처리한 주역인 한나라당 간사 김정권 의원과 안경률 행안위원장, 민주당 간사 백원우 의원(왼쪽부터). 이들이 지난해 8월 25일 열린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뭔가를 논의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4일 정치자금법 개정안 처리 과정은 신속하고 치밀했다. 사전에 일정에 없던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면서 제대로 된 논의나 반대 토론 한 번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우리 해군이 아덴 만 해적 소탕을 위해 벌인 ‘여명작전’ 같았다”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왔다.

○ 소위위원들에게도 회의 3시간 전 통보


4일 행안위에서 정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결정된 것은 3일 저녁이었다. 행안위 국회 실무진은 “3일 퇴근한 이후 개정안 처리가 다음 날 있을 예정이니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행안위 정치자금제도개선 소위원회 위원들조차 4일 오전 11시 ‘오후 2시경 소위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안경률 행안위원장의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까지 일정도 모르고 있었다. 일정을 조정해 놓지 않았던 민주당 장세환 이윤석 의원은 소위에 참석하지 못했다.

김정권 소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미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최대한 빠른 4일 처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국회 마지막 날 하루 전인) 10일 통과시키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그럴 경우 오히려 날치기라는 비난을 받을 것 같았다”는 말도 했다.

법안은 소위에서 31분, 전체회의에서 10분 만에 통과됐다. 소위에서는 문제의 3개 조항 개정 말고도 추가적인 조항 수정 의견이 대두됐으나 논란이 너무 커질 소지가 있다는 우려에 따라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 의원들 요구 따른 여야 원내대표 합의


개정안의 기습 처리는 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간에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원내대표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목회 수사로 기소된 의원들이 면소 판결을 받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은 고쳐야 한다는 데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이번 개정이 청목회 수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형량에는 다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전 법률검토 의견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도 “소액 후원금 활성화에 대해 합의돼 있었다”고 했다.

굳이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나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3월 국회를 넘기면 4·27 재·보선을 포함한 정치 환경 때문에 6월까지 처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의원들의 개정 요구가 많은 만큼 현 원내대표들의 임기 안에 처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개정안 처리 소식을 접한 의원 중 일부는 당 지도부에 “다시는 검찰이 청목회와 같은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아예 못을 박았어야 했다”며 더 ‘화끈하게’ 법을 뜯어고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목회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이날 홈페이지에서 “법 개정이 이런 식으로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검찰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자법의 미비점을 이용해 국회의원을 범죄자로 몰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청목회 사건이라는 얘기였다.

○ 청목회 사건 이후 ‘맞춤형’ 4개월 준비


행안위 정치자금개선 소위는 지난해 10월 말 터진 청목회 사건 수사의 주 타깃이 된 행안위원들의 반발에 따라 구성됐다. 행안위는 11월 9일 소위 구성을 의결한 뒤 11월 15일과 12월 2일 회의, 11월 26일 공청회를 잇달아 열었다.

소위의 논의 방향은 △단체 및 기업의 기탁금 허용 △기부 명세를 공개한 후원금의 형사책임 면제 특례 규정 △선관위의 고발 없는 정치자금 수사 금지 등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청회의 내용도 소액 후원금 활성화와 관련된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습 통과시킨 조항들은 제대로 된 공청회조차 거치지 않은 것임을 실토한 셈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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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사위원장 “날치기 법안 그대로 처리 어렵다” ▼
민주 간사 박영선 “내용 본 후 결정”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통상 여야 간사의 합의를 위원장이 받아들여 법안을 상정·처리하지만 이번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선 부정론과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행안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청목회 로비 면제법’이자, 국회의원이 받은 돈은 치외법권 지대로 설정한 ‘방탄용 특례법’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헌법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법안을 (법사위에서) 잘 처리해 달라는 압박이 여러 곳에서 들어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박영선 의원은 신중한 태도다. 그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아직 이 사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살펴본 뒤 우윤근 법사위원장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우 위원장은 “여야 간사, 원내대표들과 의견을 조율해보겠다. 이해 관계자들인 의원들이나 행안위에서 압박하겠지만 날치기 법안을 그대로 처리하기는 어렵다”며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더욱이 법사위엔 개정안 처리의 주역인 여야의 김무성, 박지원 원내대표가 소속돼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7일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개정안이 청목회 수사에 미치는 영향, 법안에 대한 법무부의 견해 등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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