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공항 재검토론 ‘內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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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수도권 일부 의원 vs 영남권 대결구도

한나라당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 일각에서 동남권 신공항 원점 재검토 주장이 나오자 영남권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신공항 입지를 놓고 경남 밀양(대구·경북·경남)과 부산 가덕도(부산)로 나뉘어 대립해오던 영남권이 ‘원점 재검토’에는 한목소리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과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경제성이 없다”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한 데 이어 안형환 당 대변인도 3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가덕도와 밀양 모두 사업 타당성이 낮아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조 원이나 되는 신공항 사업비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단지를 육성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각각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최적지라고 주장해온 해당 지역 의원들은 발끈했다. 밀양 출신의 조해진 의원은 “영남에는 산업단지가 많이 조성돼 있고 추가로 조성될 계획이지만 항공물류를 소화할 국제공항이 들어오지 않으면 백날 산업단지를 지어봐야 헛일”이라고 반박했다.
▼ 대구의 유승민 “정두언 원점재검토 주장은 망언” ▼

대구 출신으로 역시 ‘밀양파’에 속하는 유승민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동남권 신공항은 경제성이 없다는 정 최고위원과 곽 위원장의 주장을 ‘망언’으로 규정했다. 유 의원은 “경제성이 없다는 주장은 밀양과 가덕도 공항의 ‘비용편익비(B/C)’가 1.0 이하라는 2009년 국토연구원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고 있으나 이 연구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 보고서를 공개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이인기 의원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해선 대통령의 공약이행을 강조했던 정 최고위원이 신공항 역시 대통령의 공약사항임에도 그 약속을 지킬 필요 없다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이날 대구 서구당원협의회 당원연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이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남은 2년간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면서 “국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신공항 사업을 연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덕도가 밀양보다 여러 가지 조건에서 앞서 있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부산 지역 의원들도 여권 일각의 재검토 움직임을 경계하며 공개적 평가를 촉구했다. 현기환 의원은 이날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동남권 신공항도 인천국제공항의 평가기준을 준용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의원들은 4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조찬간담회를 하고 환경영향평가 등 신공항 입지선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 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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