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하는 국회의원들]본보, 18대 국회 출석률 추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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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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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국회 ‘말년 증세’? 대정부질문 자리지킨 의원 74명→36명

“출석 제대로 안 하면 감봉해야 한다.”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동아일보가 2월 국회 대정부질문 나흘간(2월 24, 25, 28일과 3월 2일) 전체 국회의원들의 출석 현황을 보도한 데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이 기간 본회의장을 꼬박 지킨 의원은 한나라당 김소남 정해걸 의원, 민주당 김춘진 의원 등 3명이 전부였다. 전체 의원 296명의 1%다.

▶본보 3일자 A1·3면 참조
A1면 국회의원 296명 임시국회 출석 체크해보니…
A3면 대정부질문 의원 출석체크… 계속 자리지킨…


2월 임시국회는 여야가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날카롭게 대립하다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게 됐다. 그만큼 여야 간 뜨거운 공방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정부질문에서조차 여야 의원들의 관심이 저조한 마당에 국회에 귀를 기울일 국민이 몇이냐 있겠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일 여야 원내대표들은 나란히 ‘낮은 출석률’을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정부질문은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며 “그러나 텅 빈 본회의장과 뜬금없는 정치공세, 지역구 민원성 질의로 의원들 스스로가 국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대정부질문 때 자리를 많이 비워 언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며 “다시 한 번 출석률에 대해 적극 반성하고, 좋은 상임위 활동으로 국민의 평가를 받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임기가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활동에 얼마나 열의를 보일지 의문이다. 의원들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믿을 건 지역구밖에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국회가 뒷전으로 밀리는 이유다. 열심히 국회에 나와 의정활동을 해도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유권자들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

18대 국회 들어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은 모두 9차례다. 18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끝난 2008년 11월 7일 회의를 마칠 때까지 본회의장을 지킨 의원은 74명이었다. 하지만 2009년 4·29 재·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대정부질문(4월 10일) 때는 60명이, 지난해 6·2 지방선거 직후 열린 대정부질문(6월 17일) 때는 50명이 마지막까지 본회의장을 지켰다.

급기야 올해 첫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일에는 국회의장의 산회 선포를 지켜본 의원이 전체 의원의 12%인 36명에 불과했다. 18대 국회를 통틀어 본회의 산회 때 남은 의원으로는 가장 적었다.

갈수록 자신의 본업을 등한시하는 ‘국회 소홀 증후군’은 18대 국회만의 특징은 아니다. 17대 국회 당시 임기를 1년여 남겨 놓은 뒤 의원들의 본회의 출석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17대 국회 후반기 5차례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출석 의원은 △269명(2007년 4월 11일) △255명(2007년 6월 13일) △232명(2007년 11월 9일) △220명(2008년 2월 4일) △200명(2008년 5월 9일)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국회 관계자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남 탓을 하기 전에 좀 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해법을 내놓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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