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조기 대선 행보에… 친박-친이 180도 다른 경선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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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굳히기 vs 판 흔들기

친박 “지난 경선 출발 늦었던게 패인”… 공천 영향력 확대 등 노려 가속페달
친이 “대세론 굳어지면 못 뒤집는다”… 개헌-세대교체론 앞세워 브레이크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조기 대선 행보로 여권 내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계의 대선 전략이 선명하게 충돌하고 있다. 친박계는 2007년 경선 때와 달리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을 조기에 확산시켜 ‘무혈입성’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발 빠른 대선 행보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친이계는 전열을 정비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더 이상 단일한 친이계는 없다”며 친이계의 결집에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 친박, ‘대세론’ 확산 주력

친박계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여세를 대선후보 경선이 있는 2012년 중반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최근 복지정책 법안 발표와 싱크탱크 설립은 그 바람몰이의 시작이다.

이는 2012년 12월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치러질 19대 총선의 공천권 행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이들에겐 정치적으로 공천만큼 확실한 유인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대선을 2년이나 남겨 놓은 시점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배경엔 2007년 당내 경선 당시 당의 핵심 중진의원들을 막판에 잡지 못한 전철을 더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당시 경선 패배 후 “출발이 늦었던 게 패인”이라는 자체 진단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박계 안팎엔 ‘대세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독주가 길어지면 그만큼 경쟁자의 비판적 공세에 시달려야 할 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신선함이 반감돼 국민의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친이, ‘룰라 효과’ 주목

범친이계 진영은 박 전 대표의 대세 굳히기를 우려하고 있다. 대세론이 굳어질 경우 판세 뒤집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이계 내부에선 “‘판(정국 구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친이계 대선후보를 노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이 박 전 대표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로 한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김 지사와 가까운 차명진 의원은 “(박 전 대표와는) 다른 ‘트랙’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국 이슈 전환 등도 판 변화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새해 초부터 개헌 드라이브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고 친박 진영은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에 맞설 ‘대항마’ 찾기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친이계 의원은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대로 국민들 사이에서 세대교체 열망이 적잖은 만큼 젊은 후보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친이 진영은 이른바 ‘룰라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 8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해 이것이 정권 재창출의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임기 4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아직 꺾이지 않은 점이 룰라 효과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여권 주류 진영이 이 대통령이 역점을 기울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다걸기’하고 있고, 이 특임장관이 연일 이명박 정부의 성공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정부의 치적이 있어야만 친이계도 살 수 있고 정치적 공간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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